전문가에게 맡겨라 <전국책 : 조책>

건신군(建信君)이 조(趙)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위(魏)나라 공자(公子) 위모(魏牟)가 조나라를 방문하자 조(趙)나라 왕(王)이 맞아들였다. 위모가 왕 앞에 나아가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앞에 한 자 정도의 비단이 놓여 있었다. 공인(工人)으로 하여금 관을 만들게 하려던 참이었다. 공인은 손님이 온 것을 보고 자리를 피하였다.

조왕이 위모에게 말하였다.

“공자께서 수레를 거느리고 과인을 찾아주신 것은 행운입니다. 원컨대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위모가 말하였다.

“대왕께서 대왕의 나라를 이 한 자의 비단을 아끼듯 소중하게 여기신다면 대왕의 나라는 아주 잘 다스려질 것입니다.”

조왕은 불쾌한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며 말하였다.

“선왕(先王: 惠文王혜문왕)께서는 과인이 불초(不肖)함에도 사직을 받들게 하셨습니다. 어찌 감히 이런 비단 조각처럼 나라를 가벼이 여기겠습니까.”

위모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청건대 대왕을 위하여 설명을 드리게 해주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말하였다.

“대왕께서 가지고 계신 한 자의 비단을, 어찌하여 앞에 있는 낭중(郞中)으로 하여금 관을 만들게 하지 않으십니까.”

조왕이 말하였다.

“낭중은 관을 만들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위모가 말하였다.

“관을 만들다가 실패한들 어찌 대왕의 나라가 줄어들겠습니까? 그런데도 대왕께서는 반드시 공인을 불러다 만들게 하십니다. 그런데 천하를 다스리는 공인이 실수를 해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면, 사직은 폐허가 되어 선왕께 희생을 바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는 공인에게 맡기지 않고, 나이 어리고 예쁘장한 사람에게 맡기고 계십니다. 대왕의 선제(先帝: 惠文王혜문왕)께서는 서수(犀首)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마복군(馬服君)을 수레 오른쪽에 태워 진(秦)나라와 각축(角逐)을 벌이자 당시의 진나라는 그 예봉(銳鋒)을 피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께서는 불안하게 건신군(建信君)을 어가(御駕)에 태우고 강한 진(秦)나라와 각축을 벌이시니, 신은 진나라가 대왕의 수레 받침대를 꺾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전국책 : 조책(3)>


建信君貴于趙. 公子魏牟過趙, 趙王迎之. 顧反, 至坐前有尺帛, 且令工以爲冠. 工見客來也, 因辟. 趙王曰: “公子乃驅後車, 幸以臨寡人, 願聞所以爲天下.” 魏牟曰: “王能重王之國若此尺帛, 則王之國大治矣.” 趙王不說, 形于顔色, 曰: “先生(王)不知寡人不肖, 使奉社稷, 豈敢輕國若此.” 魏牟曰: “王無怒, 請爲王說之.” 曰: “王有此尺帛, 何不令前郞中以爲冠?” 王曰: “郞中不知爲冠.” 魏牟曰: “爲冠而敗之, 奚虧于王之國? 而王必待工而后乃使之. 今爲天下之工, 或非也, 社稷爲虛戾, 先王不血食, 而王不以予工, 乃與幼艾. 且王之先帝, 駕犀首而驂馬服, 以與秦角逐, 秦當時適(避)其鋒. 今王憧憧, 乃輦建信以與强秦角逐, 臣恐秦折王之椅也.”  <戰國策 : 趙策(三)>


  • 건신군[建信君]  조(趙)나라 효성왕(孝成王)을 섬겼으며, 미모가 뛰어났다고 한다. 재상의 실권을 쥐었다.
  • 위모[魏牟]  위(魏)나라의 공자(公子).
  • 불초[不肖]  부조(父祖)의 덕망이나 유업(遺業)을 대(代)받지 못함. 또, 그러한 사람.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기를 낮추어 일컫는 말. 공총자(孔叢子) 기문(記問)에 “아비가 나무를 베어 놓았는데 아들이 제대로 등에 지고 오지 못하는 것, 그것을 일러 불초(不肖)라고 한다.”고 하였다.
  • 낭중[郞中]  벼슬 이름. 숙위(宿衛).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 유애[幼艾]  어리고 예쁘장한 아이. 젊고 아름다운 사내아이를 이른다. 미소년(未少年).
  • 서수[犀首]  공손연(公孫衍). 위(魏)나라 사람. 서수(犀首)는 원래 위(魏)나라의 관직명이었다. 사기(史記) 장의열전(張儀列傳)에 일부 기록이 있다.
  • 각축[角逐] 승부를 겨룸이다. 각(角)은 동물들이 서로 뿔을 맞대고 싸우는 모습에서 나온 말로서, 서로 다투고 겨룬다는 뜻. 축(逐)은 쫓는다는 뜻으로. 서로 다투며 쫓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 마복[馬服]  조(趙)나라의 공족(公族)인 마복군(馬服君) 조사(趙奢). 알여지전(閼與之戰)을 승리로 이끌었다.
  • 동동[憧憧]  흔들거리는 모양. 왔다 갔다 하는 모양. 마음이 잡히지 않아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이른다.
  • 연[輦]  고대의 손수레. 어가(御駕: 임금이 타는 수레. 秦漢진한 시대 이후에 이런 뜻을 갖게 되었음).
  • 의[椅]  輢(의)의 가차자(假借字). 수레의 받침대 나무. 수레 양쪽에 있는 기대는 나무.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