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소릉조小陵調 / 천상병千祥炳


— 70년 추일(秋日)에 —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천상병千祥炳>

시집 「주막에서」 1979


※  소릉조[小陵調]  소릉(小陵)은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호이다. 따라서 소릉조(小陵調)란 두보 시의 형식을 빌려 지은 시라는 의미이다. 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 3, 4수를 참고해 볼만하다.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