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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울 / 이정록


허리를 펴면

덩달아 일어나는 앞산

지팡이 딛는 곳마다 콩을 심었으면

온통 콩밭이 되었을 마을

일하지 않으면 외려 병이 도진다는

그가 오늘은 두둑콩을 깐다

마루턱에 앉은 그의 알무릎이

해살에 눈부시다

동부 같은 팔순의 속살

콩 한 소쿠리 토방에 널 때

멀고 먼 저켠에서 내려온 햇살이

드디어 일거리를 만난다

빛나는 콩의 이마,

맨땅에 엎으러지는 햇살은 얼마나 민망한가

마른 개밥그릇 당겨 물을 담아주고

꼬리 흔드는 누렁이를 본 듯 못본 듯

다시 콩을 깐다

헐렁한 막버스가 지나가고

고추잠자리들 심심하게 놀다 잠든 마을

불빛을 흔들며 할머니가 콩을 깐다

늙을수록 그림자는 둥그러진다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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