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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 이석우


어머니도 없이

들판에서 벼가 익는다

통통한 수수목

살찐 참새

들판에 고추잠자리가

떴다

오래 전에 난 어머니를 보고

이제 힘에 부치는 농사일을 물리시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야 사는 것이어서

그렇게 못했다

냇가에 주저앉아

돌멩이 부딪혀 내가 앞산을 울리면

앞산은 연신 돌아와 나를 울렸는데

어머니는 들판을 말없이

떠나셨다

<이석우>

— 시집 ‘그리움이 세상의 뿌리라는 걸 알았더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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