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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없애려 달리는 사람 <장자/어부>


공자가 슬픈 듯 탄식하며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하였다.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나고, 위나라에서도 추방당하고,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겨 저를 죽이려 하였고,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한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도 이러한 네 가지 고통을 겪었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어부는 슬픈 듯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선생은 정말 깨우칠 줄을 모르시는군요.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이것들에서 벗어나 달아나려 하였는데, 발을 빨리 놀릴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느리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결국에는 힘이 다해 죽고 말았다 합니다. 그는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리석음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은 어짊과 의로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있고, 사리가 같고 다름의 한계를 잘 살피고 있고, 움직이고 고요히 있는 변화를 잘 관찰하고 있고, 받고 주는 정도를 적절히 할 줄 알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고, 기쁨과 노여움의 절도를 조화시킬 줄 알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기 몸을 삼가 닦고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명예 같은 외물은 남들에게 되돌려 주면 아무런 환란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몸을 닦지 않고서 남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으니 이것은 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장자(잡편)  제31편 어부>


孔子愀然而歎, 再拜而起曰:「丘再逐於魯, 削迹於衛, 伐樹於宋, 圍於陳蔡. 丘不知所失, 而離此四謗者何也?」

客悽然變容曰:「甚矣子之難悟也! 人有畏影惡迹而去之走者, 擧足愈數而迹愈多, 走愈疾而影不離身, 自以爲尙遲, 疾走不休, 絶力而死. 不知處陰以休影, 處靜以息迹, 愚亦甚矣! 子審仁義之間, 察同異之際, 觀動靜之變, 適受與之度, 理好惡之情, 和喜怒之節, 而幾於不免矣. 謹修而身, 愼守其眞, 還以物與人, 則无所累矣. 今不修之身而求之人, 不亦外乎!」

<莊子(雜篇) 第31篇 漁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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