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낡지 않는 옷, 비지 않는 창고<설원/선설>


장록(張祿)은 문지기의 임무를 띠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맹상군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

“옷을 항상 새것으로 낡지 않게 하고, 창고가 항상 가득 차서 비는 법이 없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귀하는 이를 알고 있습니까?”

그러자 맹상군이 대답하였다.

“옷을 새것처럼 하려면 잘 손질하면 되고, 창고가 항상 차서 비지 않게 하려면 부유하면 되지 무슨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이오?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한 번 들려주시지요.”

이에 장록이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귀하께서 귀한 신분이시라면 어진 이를 등용하시고, 귀하가 부자라고 느끼신다면 가난한 이에게 베푸십시오. 이렇게 하면 항상 새 옷처럼 낡지 않게 입으실 수 있고, 창고가 차서 비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맹상군은 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고, 그 뜻에 즐거움을 느꼈으며, 그의 언변에도 놀라움을 느꼈다. 그래서 이튿날 사람을 시켜 그에게 황금 1백 근과 문채나는 옷감 백순(百純)을 가져다주도록 하였다. 그러나 장록은 이를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뒤에 장록이 다시 맹상군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맹상군이 물었다.

“지난날 선생께서 제게 가르쳐 주시기를 ‘옷을 항상 새것으로 낡지 않게 하고, 창고가 항상 가득 차서 비는 법이 없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는가’고 물었지요. 저는 이에 그 가르침을 기쁘게 여겨 사람을 시켜 그 보답으로 황금 1백 근과 무늬 옷감 1백 순을 보내어 우선 내 집 문안의 가난한 자부터 도우려 하였더니,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사양하며 받지 않으셨습니까?”

장록이 말하였다.

“귀하가 장차 귀하의 돈을 파내어 주고 귀하의 창고에서 곡식을 풀어 우리 선비들을 도와주려 한다면, 옷이 다 닳고 신발이 모두 해어지도록 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겨를에 새옷이 낡지 않게 하고 가득 찬 창고가 비지도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맹상군이 말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장록이 말하였다.

“무릇 진(秦)나라는 사방이 요새로 막힌 나라여서 벼슬을 구하는 자가 그 나라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원컨대 귀하께서 저를 위하여 장문의 편지를 써서, 저를 진나라 임금에게 보내 주십시오. 제가 가서 성공하면 이는 귀하가 저를 보내 준 덕분이며, 제가 가서 등용되지 못하면 비록 아무리 구해도 안 되는 것이니, 이는 제 자신이 불우해서 그런 것으로 여기면 그만입니다.”

맹상군이 말하였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편지를 써서 장록을 진나라 임금에게 보내 주었다. 장록은 과연 진나라에 가서 크게 등용되었다. 그러자 그가 진나라 임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이 나라로 오면서 대왕의 경내에 들어서 보니 농토도 잘 개간되어 있고, 관리와 백성들도 잘 다스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꼭 얻어야 될 하나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진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모른다.”

장록이 말하였다.

“저 산동 제나라에 재상이 있는데 바로 맹상군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매우 어진 인물입니다. 천하에 급한 일이 없다면 그것으로 그만이겠지만, 만약 급한 일이 생긴다면 천하의 영웅을 수용하고 웅준(雄俊)한 선비를 지휘하며, 이들과 연합하여 친구로 여길 수 있는 자는 생각건대 바로 그 사람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는 어찌 저를 통하여 그를 친구로 삼으려 들지 않습니까?”

진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공경하여 받들겠습니다.”

그리고는 1천 금을 맹상군에게 전해 주도록 하였다.

맹상군은 밥도 먹지 않고 이를 깊이 생각하다가, 드디어 깨닫고는 이렇게 감탄하였다.

“이것이 바로 장 선생이 말한 바 늘 새것처럼 입되 낡지 않게 하며, 창고를 가득 채우되 비지 않게 한다는 그것이로구나!”

<설원說苑:선설善說>


張祿掌門, 見孟嘗君曰:「衣新而不舊, 倉庾盈而不虛, 爲之有道, 君亦知之乎?」 孟嘗君曰:「衣新而不舊, 則是修也. 倉庾盈而不虛, 則是富也. 爲之奈何? 其說可得聞乎?」 張祿曰:「願君貴則舉賢, 富則振貧, 若是則衣新而不舊, 倉庾盈而不虛矣.」 孟嘗君以其言爲然, 說其意, 辯其辭, 明日使人奉黃金百斤, 文織百純, 進之張先生. 先生辭而不受. 後先生復見孟嘗君. 孟嘗君曰:「前先生幸教文曰:「衣新而不舊, 倉庾盈而不虛, 爲之有說, 汝亦知之乎?」 文竊說教, 故使人奉黃金百斤, 文織百純, 進之先生, 以補門內之不贍者, 先生曷爲辭而不受乎?」 張祿曰:「君將掘君之偶錢, 發君之庾粟以補士, 則衣弊履穿而不贍耳. 何暇衣新而不舊, 倉瘐盈而不虛乎?」 孟嘗君曰:「然則爲之奈何?」 張祿曰:「夫秦者四塞之國也. 游宦者不得入焉. 願君爲吾爲丈尺之書, 寄我與秦王, 我往而遇乎, 固君之入也. 往而不遇乎, 雖人求間謀, 固不遇臣矣.」 孟嘗君曰:「敬聞命矣.」 因爲之書, 寄之秦王, 往而大遇. 謂秦王曰:「自祿之來入大王之境, 田疇益辟, 吏民益治, 然而大王有一不得者, 大王知之乎?」 王曰:「不知.」 曰:「夫山東有相, 所謂孟嘗君者, 其人賢人, 天下無急則已, 有急則能收天下雄俊之士, 與之合交連友者, 疑獨此耳. 然則大王胡不爲我友之乎?」 秦王曰:「敬受命.」 奉千金以遺孟嘗君, 孟嘗君輟食察之而寤曰:「此張生之所謂衣新而不舊, 倉庾盈而不虛者也.」 <說苑善說>


  • 문직백순[文織百純]  채색으로 꽃무늬를 수놓은 비단 100단(段)이다. 순(純)은 길이의 단위로, 포백(布帛) 1장(丈) 5척(尺)이 1순(純)이다. <戰國策 秦策 1>·<穆天子傳 3>
  • 장척지서[丈尺之書]  지척지서(咫尺之書)는 짧은 편지를 이른다. <史記 淮陰侯列傳>
  • 산동[山東]  전국시대에서 진(秦)·한(漢) 때까지 효산(崤山), 혹은 화산(華山)의 동쪽 지역을 일컬었다. 전국시대에는 진(秦)나라 이외의 여섯 나라(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를 일컫기도 한다. <戰國策 趙策 2>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
error: Alert: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