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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에서


대공원에 갔다.

놀이기구 앞에서 줄 서고 기다리다

해 다 갔어도

아내와 두 아이는 마냥 환하고

유모차 안 막내도 나름 즐겁다.

어스름엔 동물원 구경을 갔다.

사막여우도 기린도 보았다.

침침한 방에 주저앉아 밖을 보는

고릴라 옆모습이 쓸쓸하다.

우당쿵 탕 탕 유리벽 치는 고릴라에

깜짝 미안해 얼른 나왔다.

수사자 두 마리 두런대는 위를 돌아

힘드럽다 퍼더앉은 아들 놈

나는 업지 말라하고, 아내는 업었다.

한참 넋없이 유모차 밀다 돌아보니

아내 혼자 오고 있었다.

은행나무 줄지어 선 광장 저 끝에

희미하게 점 하나가 번져 있었다.

아홉 살 딸아이가 달려갔다.

자전거 두 대가 빠르게 따라갔다.

사람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비틀대는 자전거 같은 그림자가

뛰뚱뛰뚱 하나만 다가왔다.

딸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동생을 업고 왔다.

가로등 불빛에 누나누나 얼굴들이

노랗게 노랗게 은행잎에 반짝였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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