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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주에 취한 세상 청량산으로 깨우리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성醒>


중산의 술을 마시면 한 번 취하여 천일이나 간다고 한다. 요즘 세상은 혼미하여 앞으로만 내달리니 하루도 취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한 사람도 취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름을 쫓는 자는 조정에 취하고, 이익을 쫓는 사는 세속에 취하고, 호사스러운 자들은 방탕과 사치에 취한다. 이 세상이 극도로 혼미하여 깨어나지 못하니 어디에서 청량산 한 첩을 얻어 사람마다 숙취에서 깨어나게 할까하여 깨우침의 글을 모아 제1권으로 삼는다.

食中山之酒, 一醉千日. 今世之昏昏逐逐, 無一日不醉, 無一人不醉, 趨名者醉於朝, 趨利者醉於野, 豪者醉於聲色車馬, 而天下竟爲昏迷不醒之天下矣, 安得一服清涼散, 人人解酲, 集醒第一.  <소창유기小窓幽記,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 성醒>


중산中山의 적희狄希가 만들었다는 천일주千日酒는 한 번 취하면 1000일을 간다. 지금 세상은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있으면서 앞으로만 내달리니 술에 취하지 않는 날이 없고, 취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명성을 좇는 자는 조정에 취하고, 이익을 좇는 자는 속된 세상사에 취하고, 호사豪奢하는 자는 사치스럽고 방종한 생활에 취한다. 모두들 혼미하여 각성하지 못한 이 세상에 어떤 청량제를 먹여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는 것에 관한 문장을 모아 제1권으로 삼노라.


  • 중산주[中山酒] 중산주(中山酒)는 천일주(千日酒)라고 하는데 한 번 마시면 3년간이나 숙취(宿醉)하여 깨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 중산(中山)이란 곳에 적희(狄希)라는 사람이 있어 술을 빚어 팔았는데 한번 마시면 천일동안 취하므로 천일주(天日酒)라고 하였다 한다. 또, 유현석(劉玄石)이라는 사람이 중산(中山)의 술집에서 천일주를 사다가 마시고 취하였는데 집안사람들이 그가 죽은 줄로 알고 장사 지냈다가 천 일이 지난 뒤에 술집 주인의 말을 듣고 다시 관(棺)을 열어 보니 그제야 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博物志 雜說下> <搜神記>
  • 혼혼[昏昏]  희미함. 어둠침침함. 어둡고 침침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 어두운 모양. 깊이 잠든 모양. 머리가 어지러운 모양. 우매한 모양. 정신이 아득하여 흐린 모양.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시 권주14수(勸酒十四首) 불여래음주7수(不如來飮酒七首)에 “차라리 내게 와 술을 마시고, 눈을 감고 몽롱하게 취하는 게 낫지.[不如來飮酒, 合眼醉昏昏.]”라고 하였다. <全唐詩 卷450 勸酒十四首 不如來飮酒七首>
  • 축축[逐逐]  빠른 모양. 계속 추구함. 독실함. 빨리 달리는 모양. 서로 다투어 추구하는 모양.
  • 성색[聲色]  음악(音樂)과 여색(女色). 음악과 미색 등의 감각적 오락. 넓게는 육근(六根)의 감각 기능. 인간이 사는 욕락(欲樂)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 성색거마[聲色車馬]  가무, 여색, 수레, 말. 호족이나 권귀자의 호사스럽고 방종한 생활을 가리킨다.
  • 안득[安得]  어디에서 ~을 얻으랴. 어찌 ~일 수 있으랴. 어떻게 ~할 수 있으랴.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예상할 때 쓰는 말이다.
  • 해성[解醒]  정신을 차림. 술을 깨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깨어나다. 해주(解酒).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 임탄(任誕)에 “하늘이 유령을 내면서 술로 이름을 나게 해서, 한 번 마시면 열 말을 마시고 다섯 말로 해장을 했다.[天生劉伶以酒爲名, 一飮一斛五斗解酲.]”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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