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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보다 법을 따라야 완전하다 <한비자/식사> 道法萬全도법만전 智能多失지능다실


옛날 순(舜)이 어떤 관리에게 홍수를 막도록 했는데, 그 관리가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공적을 세우자 순은 그 관리를 사형에 처하였다. 우(禹)가 여러 군주를 한자리에 모이게 했는데 방풍(防風)의 군주가 지정한 기일에 도착하지 않자 그의 목을 베었다. 명령이 내려지기 전이라면 비록 공로를 세웠다 하더라도 사형에 처했고, 명령에 뒤늦었음을 이유로 목이 잘린 예이다. 옛 선인들은 반드시 법 그대로 실행하기를 존중한 것이다.

거울은 오직 맑음만을 지켜 그밖에 다른 작용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름다움이나 추함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저울도 평형만을 지키며 그밖에 다른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저울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울을 움직이게 하면 밝게 비추는 성질이 없어질 것이며, 저울을 움직이게 하면 물건을 바르게 계량하는 성질을 잃게 된다. 법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하여 선왕들은 자연의 도를 경영하는 것을 상칙(常則)으로 삼고, 법을 정치의 근본으로 하였다. 근본을 잘 다스리는 자는 명위(名位)가 존귀하게 되고, 근본을 어지럽히는 자는 명위가 단절된다. 무릇 지혜와 능력이 밝고 통달함이 있으면 행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다. 본래 지혜와 능력은 개인의 도이며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은 누구나 그곳에 의지할 수 있으므로 완전하지만 지식과 능력은 개인적이며 일정한 표준이 없으므로 결점이 많다.

요컨대 저울을 가지고 물건의 중량의 평균을 알며 규(規)를 사용하여 원형을 아는 것은 만전(萬全)의 도인 것이다. 그래서 명군은 백성에게 만전의 도를 지키게 함으로써 수고를 하지 않고 공을 세울 수 있으며, 규를 버리고 조그만 손재간에 맡겨두고 법술을 버리고 지식과 능력에 의지하게 하는 것은 세상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군주는 백성에게 지식과 능력으로 위장하게 하고 완전한 도에 따르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고생은 하되 공로를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군주가 법령과 금제를 버리고, 관리들의 청원을 허용하고 군신(群臣)들은 위에서 매관매직에 전념하며 아래로부터 그 보수를 받으면, 이권은 개개의 중신의 소유가 되고 권력은 군신의 것이 되므로 백성은 노력하여 군주에게 봉사할 생각이 없어지고 오직 유력자와 교제함에 따라 재화는 뇌물이 되어 유력자에게 흘러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공을 세우려는 자는 적어질 것이며, 간신들이 판을 치게 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 결과 군주는 절망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백성도 수효만 많을 뿐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 이것이 법제와 금제를 버리고 진실로 공로 있는 자를 망각하고, 평판이 좋은 자만 등용하고, 관리를 통한 청원운동을 허락한 결과로 인한 실패인 것이다.

법령을 파기한 사람은 언제나 남을 속이려 하고 재물을 이용하여 군주에게 접근하려고 할 것이며, 또 즐겨 기발한 말을 한다. 그러한 말을 듣게 되면 폭군이나 세상을 어지럽힌 군주는 갈팡질팡하게 되고 또 그러한 말은 대신들이 군주의 권력을 침해하는 수단이 된다. <한비자 제19편 식사>


昔者舜使吏決鴻水, 先令有功而舜殺之, 禹朝諸侯之君, 會稽之上, 防風之君, 後至而禹斬之. 以此觀之, 先令者殺, 後令者斬, 則古者先貴如令矣. 故鏡執淸而無事, 美惡從而比焉 ; 衡執正而無事, 輕重從而載焉. 夫搖鏡, 則不得爲明 ; 搖衡, 則不得爲正, 法之謂也. 故先王以道爲常, 以法爲本. 本治者名尊, 本亂者名絶. 凡智能明通, 有以則行, 無以則止. 故智能單道, 不可傳於人. 而道法萬全, 智能多失. 夫懸衡而知平, 設規而知圓, 萬全之道也. 明主使民飾於道之故, 故佚而有功. 釋規而任巧, 釋法而任智, 惑亂之道也, 亂主使民飾於智, 不知道之故, 故勞而無功. 釋法禁而聽請謁, 群臣賣官於上, 取賞於下, 是以利在私家而威在群臣. 故民無盡力事主之心, 而務爲交於上. 民好上交, 則貨財上流, 而巧說者用. 若是, 則有功者愈少. 姦臣愈進而材臣退, 則主惑而不知所行, 民聚而不知所道. 此廢法禁·後功勞·擧名譽·聽請謁之失也. 凡敗法之人, 必設詐託物以來親, 又好言天下之所希有. 此暴君亂主之所以惑也, 人臣賢佐之所以侵也. <韓非子 第19篇 飾邪>


  • 방풍[防風]  고대 전설상의 인물 또는 부락 이름이다.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호주(湖州) 덕청현(德淸縣) 지역에 있었는데, 그들은 거인족(巨人族)으로 키가 3장(丈) 3척(尺)이나 되는 사람도 있었다 한다. 하우씨(夏禹氏)가 회계산(會稽山)에서 제후들을 소집했을 때 방풍씨(防風氏)가 가장 늦게 도착하자 그를 죽였는데, 후대에 그의 뼈가 출토되었을 때 수레에 가득 찼다고 한다. 은(殷)나라 때에는 왕망씨(汪芒氏)가 되었는데 현재의 왕씨(汪氏) 성(姓)의 시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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