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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으로써 실용을 해친다[以文害用이문해용 : 買櫝還珠매독환주] <한비자/외저설>


초왕(楚王)이 전구(田鳩)에게 말하였다.

“묵자(墨子)는 이름난 학자이다. 그는 풍채도 좋고, 말을 많이 하는데도 말을 잘하는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전구가 대답하였다.

“옛적에 진백(秦伯)이 자기 딸을 진(晉)나라 공자(公子)에게 시집보낼 때, 그 딸은 진(晉)나라에서 꾸미게 하고, 화려하게 옷을 입힌 몸종 70명을 딸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나라에 이르니, 공자는 몸종을 어여삐 여기고 진백의 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몸종을 잘 시집보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딸을 잘 시집보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초(楚)나라 사람 중에 정(鄭)나라에 진주를 팔러 간 사람이 있었는데, 목란(木蘭)으로 상자를 만들어 계수나무와 산초나무로 향이 나게 하고, 각종 구슬을 매달고 붉은 보석으로 장식하며 물총새 깃털을 모아 넣었습니다.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상자만 샀을 뿐 진주는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이는 상자를 잘 팔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진주를 잘 팔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의 담론은 모두 유창한 말재간이거나, 겉으로 꾸민 말인데도 군주는 그 화려한 말재주만 보고 실제 쓰임은 잊고 있습니다.

묵자(墨子)의 언설은 선왕(先王)의 도를 전하고 성현(聖賢)의 말을 논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것입니다. 만일 그 언설을 꾸미게 되면 사람들이 그 꾸민 것만 마음에 품고 실질은 잊어버릴까 두려우니, 이것은 꾸밈으로써 실제의 쓰임을 해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초(楚)나라 사람이 진주를 팔고 진백(秦伯)이 딸을 시집보낸 일과 같은 꼴이 됩니다. 그러므로 묵자의 언설은 말은 많지만 달변은 아닌 것입니다.” <한비자 제32편 외저설(좌상) 101>


楚王謂田鳩曰 : 「墨子者, 顯學也. 其身體則可, 其言多不辯, 何也?」 曰 : 「昔秦伯嫁其女於晉公子, 令晉爲之飾裝, 從文衣之媵七十人. 至晉, 晉人愛其妾而賤公女. 此可謂善嫁妾, 而未可謂善嫁女也. 楚人有賣其珠於鄭者, 爲木蘭之櫃, 薰以桂椒, 綴以珠玉, 飾以玫瑰, 輯以翡翠. 鄭人買其櫝而還其珠. 此可謂善賣櫝矣, 未可謂善鬻珠也. 今世之談也, 皆道辯說文辭之言, 人主覽其文而忘有用. 墨子之說, 傳先王之道, 論聖人之言, 以宣告人. 若辯其辭, 則恐人懷其文忘其直, 以文害用也. 此與楚人鬻珠·秦伯嫁女同類, 故其言多不辯.」 <韓非子 第32篇 外儲說(左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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