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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이성신


꽃이 문을 열어주기 기다렸으나

끝까지 거절당하고

새로 반달이 산봉에 오르자

벌레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을

반만 먹고 그 부분에 눕다.

달이 지고

서릿밤 하늘이 깊었다.

아무도 그를 거들떠 보지 않을 때

산이 혼자 그림자를 내려

꼬부리고 잠든 그의 등을 덮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친 바람 한점 없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벌레는 사라지고

그 자리 눈물 같은

이슬 두어 방울만 남아 있다.

<흔적 / 이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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