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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헝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모닥불 / 백석>


  • 새끼오리  :  새끼올. 새끼는 짚으로 꼬아 엮은 줄을 이르고, 올은 실이나 줄 따위의 가닥을 이르니, 새끼오리는 오리의 새끼가 아니라 새끼 가닥을 이른다.
  • 갓신창  :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주로 사용하지 않는 갓에서 뽑아 쓴다고 하여 이르는 말이다.
  • 개니빠디  :  개의이빨이라는 평북사투리
  • 재당  :  서당의 주인. 또는 향촌의 최고 어른. 선원(禪院)에서, ‘식당’을 이르는 말.
  • 초시  :  초시에 합격한 사람으로 늙은 양반을 이르는 말.
  • 갓사둔  :  새사돈.
  • 몽둥발이  :  발이 불에 타버려 발가락이 사라져 뭉뚝해진 발을 가진 사람을 이른다.
  • 뭉뚝  :  굵은 사물의 끝이 아주 짧고 무딘 모양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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