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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가문의 도둑 만드는 비법


오조스님이 하루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여기 나의 선은 무엇과 같다고 할까.

이를테면 도적 집안에서 도적을 만드는 것과 같다.

도적의 집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하루는 아버님이 늙은 후엔 우리 식구를 어떻게 보살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일이라는 것을 배워두어야 되겠다 생각하고 마침내 아버지에게 말하자 그의 아버지는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그래서 하룻밤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큰 집에 가서 담장에다 구멍을 뚫고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아버지는 궤짝을 열고 아들에게 그 속으로 들어가 옷과 돈을 가지고 나오라 하고서 그가 들어가자 궤짝문을 닫고는 다시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는 일부러 대청마루를 두들겨 그 집안 사람들이 놀라 깨도록 하고서 자기는 먼저 담구멍을 찾아 도망쳐버렸다.

그 집 사람들은 곧 달려나와 불을 밝혀 살펴보고는 도적이 들어왔다가 이미 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편 그 아이는 궤짝 속에 갇혀서, 우리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였을까 하며 걱정에 빠져 있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궤짝 속에서 쥐가 궤짝을 갉아먹는 소리를 내니 그 집에서는 하인을 보내 등불을 켜고 열어젖혔다.

궤짝이 열리는 순간, 도적 아이는 몸을 솟구쳐 등불을 끄고는 하인을 밀치고 밖으로 뛰쳐 달아났다.

그러나 그 집 사람들이 뒤쫓아 왔다.

중도에 이르러 도적 아이는 갑자기 우물 하나를 발견하고서 큰 돌을 우물 속으로 떨어뜨렸고, 사람들이 우물 속을 기웃거리며 도적을 찾고 있을 때 집으로 도망쳐 왔다.

아버지에게 그 까닭을 묻자 그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면서 어떻게 해서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모든 일을 낱낱이 이야기 해 주자 아버지는 그제서야, 그렇게 했으면 다 된 거라고 하였다.

<종문무고(宗門武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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