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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줄여 한가하고 무능하니 순박하라 [省事爲適 無能全眞] <채근담>


낚시질이 세속 떠난 일이라지만

오히려 생살권을 틀어쥔 것이요.

장기 바둑이 고상한 놀이라지만

그 또한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보자면

일을 좋아함은 일을 줄여 자적함만 못하고

재능이 많음은 재능 없이 천진함만 못하다.


釣水逸事也,  尙持生殺之柄.
조수일사야,  상지생살지병.
弈棋淸戲也,  且動戰爭之心.
혁기청희야,  차동전쟁지심.
可見喜事不如省事之爲適,  多能不若無能之全眞.
가견희사불여생사지위적,  다능불약무능지전진.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소옹(邵雍)의 시 하사음기삼성부상공(何事吟寄三城富相公)에 “무슨 일로 사람들 깊이 고심을 하나, 세상을 벗어나 조용히 읊조리네. 실행은 천균 쇠뇌를 쏘듯 하고, 수양은 쇠를 백 번 단련하듯 해야 하네. 낚시질한다면서 생살의 칼자루를 잡고, 가만히 바둑돌 놓으면서 마음속은 전쟁이니, 맛좋은 술 한 잔 하며 마음 편히 지내고자, 숲 속에서 때때로 홀로 술잔 기울이려 하네.[何事敎人用意深 出塵些子索沈吟 施爲欲似千鈞弩 磨礪當如百鍊金 釣水誤持生殺柄 著碁閒動戰爭心 一盃美酒聊康濟 林下時時欲自斟]”라고 하였다. <宋文鑑 卷25> <擊壤集 卷3>


  • 조수[釣水]  낚시. ‘釣水魚(조수어)’의 줄임말으로 ‘釣魚(조어)’라고도 한다.
  • 일사[逸事]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한가함을 즐기는 일. 逸은 ‘한가하다’.
  • 일사[逸事]  기록(記錄)에 빠지거나 알려지지 않거나 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事實).
  • 은일[隱逸]  세상을 피하여 숨음. 또는 그런 사람. 예전에, 벼슬하지 아니하고 숨어 살던 학자. 임금이 특별히 벼슬을 내리던 은사(隱士).
  • 한일[閑逸]  조용하고 편안하다.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다. 한가하고 안일하다.
  • 세속[世俗]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 불가에서 일반 사회를 이르는 말.
  • 생살지병[生殺之柄]  살리고 죽이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권세. 柄은 자루, 즉 권세를 뜻한다.
  • 혁기[奕棊]  바둑과 장기. 일반적으로 바둑과 장기를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奕은 弈과 통용. 棊는 棋와 碁로도 표기한다.
  • 청희[淸戱]  고상한 놀이. 맑은 놀이.
  • 가견[可見]  가히 ~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함을 깨닫게 된다.
  • 희사[喜事]  기쁘고 즐거운 일. 일을 좋아함.
  • 생사[省事]  일을 줄이다. 수고를 덜다. 일을 덜어냄.
  • 자적[自適]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편안하게 즐김. 유유자적(悠悠自適).
  • 전진[全眞]  진실한 본연의 모습을 온전히 지키다. 본연의 마음, 천진(天眞)을 보전함. 참마음을 온전히 지킴.
  • 천진[天眞]  자연 그대로 참되고 꾸밈이 없음.

【譯文】 垂釣水邊是閑逸的事情, 尙且執持生死的權柄 ; 對弈棋枰是淸靜的遊戲, 尙且萌動爭鬥的心理. 可見喜歡多事不如減少事情的較爲適宜, 多面才能不如沒有才能的保全眞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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