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맛비 빈숲에 연기 슬슬 오르더니
蒸藜炊黍餉東菑[증려취서향동치] 명아주국 기장밥 동쪽 밭에 내가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로] 넓디넓은 논에는 하얀 백로가 날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여름나무 그늘에선 꾀꼬리가 우짖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속에서 고요 익혀 무궁화 바라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로규] 소나무 아래 마음 씻고 아욱을 뜯네
野老與人爭席罷[야로여인쟁석파] 시골노인 남들과 자리다툼 관뒀건만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경상의] 갈매기는 어찌 나를 아직도 의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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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 王維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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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空林공림 : 나뭇잎이 떨어져 공허(空虛)한 숲. 인가(人家)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閑寂)한 숲.
- 煙火연화 : 사람의 집에서 불 때는 연기(煙氣). 불에 익힌 음식, 즉 숙식(熟食)하는 사람들이 사는 속세를 뜻함.
- 朝槿조근 : 끝없이 피는 꽃이란 뜻의 무궁화(無窮花)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옛부터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꽃(朝開暮落花조개모락화)으로 여겨 조근(朝槿)이라 불렀다. 무궁화는 이른 아침에 꽃망울을 활짝 열었다가 저녁이면 수줍은 듯 여미며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 露葵노규 : 아욱과(科)에 속한 한두해살이풀. 키는 60~90센티미터 정도이고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백색 또는 담홍색의 작은 꽃이 핀다. 잎은 둥글며 어긋나는데 다섯 갈래로 갈라져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어린순과 잎을 따서 국을 끓여 먹으며, 씨를 약으로 쓰기도 한다.
- 淸齋청재 : 몸을 깨끗이 하며 행동을 삼감. 깨끗이 재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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