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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밥. 결벽에 죽다 <열자 설부>


동방에 원정목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곳을 가던 중에 굶주림으로 길에 쓰러졌다.

호보 땅에 사는 구라는 도둑이 이를 보고, 호리병을 내려 밥물을 마시게 해주었다.

원정목은 세 번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이 나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도둑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호보 땅에 사는 사람으로 이름은 구라 합니다.”

“아니! 그러면 당신은 그 유명한 도둑이 아닙니까. 어째서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까? 나는 의리상 당신과 같은 도둑의 음식물은 먹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먹은 것을 토해버리려 애썼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왝왝 거리며 일부러 헛구역질을 몹시 하다가 그만 땅에 엎어져 죽고 말았다.

호보 땅에 사는 사람은 도둑이지만 그의 음식물은 도둑이 아니다.

사람이 도둑이라고 그 음식물까지 도둑이라 여겨 구태여 먹지 않으려 했으니, 이것은 명분과 실리에 어긋난 것이다.

<열자 제8편 설부>


東方有人焉, 曰爰旌目, 將有適也, 而餓於道. 狐父之盜曰丘, 見而下壺餐以餔之. 爰旌目三餔而後能視, 曰:「子何爲者也?」 曰:「我狐父之人丘也.」 爰旌目曰:「譆! 汝非盜耶? 胡爲而食我? 吾義不食子之食也.」 兩手據地而歐之, 不出, 喀喀然遂伏而死. 狐父之人則盜矣, 而食非盜也. 以人之盜, 因謂食爲盜, 而不敢食, 是失名實者也.

<列子 第8篇 說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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