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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가 곤궁해졌다 하여 자포자기 마라 <채근담>


가난한 집이라도 깨끗이 비질하고

가난한 여자라도 단정히 빗질하면

겉모습은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고아한 기품이 저절로 우러나거늘

학식 있고 덕행 높은 사람이

일시 곤궁해지고 영락했다 하여

어찌 쉽사리 스스로를 내팽개치겠는가.


貧家淨掃地,  貧女淨梳頭,  景色雖不艶麗,  氣度自是風雅.
빈가정소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염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  奈何輒自廢弛哉.
사군자일당궁수요락,  내하첩자폐이재.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소식(蘇軾)의 시 빈가정소지(貧家淨掃地)에 “가난한 집은 청소를 깨끗이 잘하고, 가난한 여인은 머리를 잘 빗네. 못난 선비는 늦게야 도를 듣고 애오라지 졸함으로 수양하네.[貧家淨掃地, 貧女好梳頭. 下士晩聞道, 聊以拙自修.]”라고 하였다. <東坡全集 卷24>


  • 정소[淨掃]  어떤 장소를 깨끗이 쓺. 청소(淸掃).
  • 소지[掃地]  땅을 쓺. 땅바닥을 깨끗이 함. 흔적도 없이 됨. 완전히 없어져 버리는 것. 절별(絶滅)하는 것. 자취도 없이 사라져 없어짐. 마당 쓰는 일을 맡은 사람. 마당을 쓸다. 청소하다. 명예·신용 따위가 땅에 떨어지다. 청소하다. 없어지게 되다. 한유(韓愈)의 시 송승징관(送僧澄觀)에 “불에 타고 물에 휩쓸려 아무것도 없는 터에 우뚝이 삼백 척이나 높게 솟았도다.[火燒水轉掃地空, 突兀便高三百尺.]”라고 한 데서 보이고, 주덕(朱德)의 시 화엽검영과오태산(和葉劍英過五台山)에 “절집은 고요하고 까마귀를 나는데, 마당 쓸고 문 나오니 죄가 사라지네.[禪宮寥落亂飛鴉, 掃地出門罪佛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소지무여[掃地無餘]  쓸어낸 듯이 싹없어짐. 남김없이 쓸어냄. 물건이 아주 없음을 이르는 말. 소지무유(掃地無遺). 소지구진(掃地俱盡).
  • 경색[景色]  산, 내, 들 따위의 자연의 모습. 경치(景致). 풍경(風景). 사황.
  • 염려[艶麗]  용모와 태도가 아름답고 고움. 태도(態度)가 아리땁고 고움. 요염하고 아름다움. 또는 그런 모습.
  • 기도[氣度]  기질과 도량. 동물의 몸에서 도는 기운. 기개와 도량을 아울러 이르는 말. 참고로, 소옹(邵雍)의 자작진찬(自作眞贊)에 “송계의 조행과 앵화의 문재, 강산의 기도와 풍월의 정회. 그대들에게서 얼굴 모양 차용하고 그대들에게서 형체를 빌린 이 몸, 구슬 가지고 노는 여가에 한가로이 갔다가 한가로이 오노라[松桂操行 鶯花文才 江山氣度 風月情懷 借爾面貌 假爾形骸 弄丸餘暇 閑往閑來]”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고아[高雅]  뜻이 높고 아담(雅淡·雅澹)함. 고상(高尙)하고 우아(優雅)함.
  • 고상[高尙]  품위나 몸가짐이 속되지 아니하고 훌륭함. 몸가짐과 품은 뜻이 깨끗하고 높아 세속된 비천한 것에 굽히지 아니함. 학문, 예술 등의 정도가 높아 저속하지 아니함. 고매하다, 우아하다, 고결하다. 불우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고결함을 지키면서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주역(周易) 고괘(蠱卦) 상구(上九)에 “왕후를 섬기지 않고 그 일을 고상하게 한다.[不事王侯, 高尙其事.]”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정자(程子)의 설명은 “도덕을 품고서 때를 만나지 못하여 고결함으로 스스로 지키는 경우가 있으며, 만족함에 그치는 도를 알고 물러나 스스로 보존하는 경우가 있으며, 능력을 헤아리고 분수를 헤아려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음에 편안한 경우가 있으며, 맑고 개결하여 스스로 지켜서 천하의 일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홀로 그 몸을 깨끗이 하는 경우가 있다.[有懷抱道德 不偶於時 而高潔自守者 有知止足之道 退而自保者 有量能度分 安於不求知者 有淸介自守 不屑天下之事 獨潔其身者]”라고 네 가지 경우를 말하였다. 정이(程頤)는 또 “이들은 비록 처한 바의 대소(大小)와 득실(得失)은 있어도 모두 진퇴(進退)가 도(道)에 부합하는 자들이다.”라고 하였다. <周易 蠱卦 上九 程傳>
  • 기품[氣品]  인격이나 작품 따위에서 드러나는 고상한 품격. 고상하게 보이는 품위나 품격.
  • 풍아[風雅]  풍류(風流)와 문아(文雅). 고상(高尙)하고 멋이 있음. 풍치가 있고 우아함. 속되지 않고 정취가 있음. 가장 고상한 시가(詩歌)로 일컬어진 시경(詩經)의 국풍(國風)과 대아(大雅), 소아(小雅)를 합칭한 말로 시경(詩經)을 이른다. 전하여 바르고 고상한 시문(詩文) 또는 시가(詩歌)를 비유한다. 시경(詩經) 서(序)에 “시(詩)에는 육의(六義)가 있으니 1은 풍(風), 2는 아(雅)라” 하였고, 그 주에 ‘한 나라의 일은 풍(風)이 되고 천하의 일은 아(雅)가 된다.’라고 하였다.
  • 사군자[士君子]  교양과 인격이 높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은 사람. 학문이 있으면서 품성(品性)과 덕(德)이 고상한 사람. 학식(學識)이 있고 후덕(厚德)한 사람. 상류 사회인. 지식인. 상류 계층의 인물. 관료 및 기타 지위가 있는 향신(鄕紳), 독서인(讀書人) 등을 말한다.
  • 학덕[學德]  학문(學問)과 덕행(德行). 학문과 덕행을 아울러 이르는 말.
  • 학식[學識]  배워서 얻은 지식. 학문(學問)과 식견(識見)을 통틀어 이르는 말. 체계적인 지식과 사물에 대한 식견.
  • 궁수[窮愁]  궁핍(窮乏)을 겪는 근심. 곤궁하여 생기는 근심. 곤궁하고 비참함 속에 시름으로 지내는 생활. 시름이 다하다. 궁수(窮愁)는 곤궁한 시름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곤궁한 시름이 있어야 훌륭한 글을 지을 수 있다 하였다. 전국 시대 유세객(遊說客)인 우경(虞卿)이 일찍이 조(趙)나라의 재상이 되었다가, 친구인 위제(魏齊)의 일로 인하여 상인(相印)을 내던지고 위제와 함께 양(梁)으로 가서 곤궁하게 지내면서 이른바 우씨춘추(虞氏春秋)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이를 두고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 평론하기를 “우경이 곤궁한 시름이 아니었다면 또한 글을 저술해서 스스로 후세에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虞卿非窮愁, 亦不能著書以自見於後世云.]”라고 하였다. <史記 卷76 虞卿列傳> 두보(杜甫)의 시 지일견흥봉기북성구각로양원고인(至日遣興奉寄北省舊閣老兩院故人)에 “어떤 사람이 시름이 다하는 날이라 잘못 생각했는가, 날마다 시름이 한 올의 선 따라 길어지는 것을.[何人錯憶窮愁日 日日隨愁一線長]”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요락[寥落]  영락(零落)하고 적막한 모습. 별이 적은 모양. 적막하여 볼 만한 것이 없는 모양. 성기다. 드물어지다. 쇠락하다. 쓸쓸하다. 희소하다. 적막하다. 썰렁하다. 몰락하다. 시들다. 잡초가 우거지다. 참고로, 사조(謝脁)의 시 경로야발(京路夜發)에 “새벽별 마침 드문드문해지고, 아침 빛 다시 흐릿해지네[曉星正寥落, 晨光復泱漭]”라고 하였는데, 당나라의 이선(李善)은 요락을 “별이 드물어진 모양[星稀之貌]”이라고 하였다. 도잠(陶潛)의 시 화호서조시고적조(和胡西曹示顧賊曹)에 “느긋하게 가을 수확 기다렸으니, 농작물 시들어지는 만큼 바빠지겠네.[悠悠待秋稼 寥落將賖遲]”라고 한 데서 보이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기부량대형(寄浮梁大兄)에 “전란 뒤의 농촌은 황폐하고, 부모형제들은 길거리로 흩어져 떠도네.[田園寥落干戈後, 骨肉流離道路中.]”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영락[零落]  권세(權勢)나 살림이 줄어서 보잘것없이 됨. 세력이나 살림이 보잘것없는 처지가 됨. 초목(草木)이 시들어 떨어짐. 초목의 잎이 시들어 떨어짐. 넋을 잃음. 냉락(冷落). 낙백(落魄). 시들다. 죽다. 쇠퇴하다. 떠돌다. 꽃·잎이 말라 떨어지다. 사물이 쇠퇴하다. 드문드문하다. 참고로, 진화(陳澕)의 시 야보(野步)에 “매화 지고 버들가지 흔들흔들 하는데, 한가로이 맑은 바람 따라 천천히 거니네.[小梅零落柳僛垂, 閒踏淸風步步遲.]”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유탄(有歎)에 “건장한 마음이 영락한지 오래니, 센 머리로 인간에 부쳤노라.[壯心久零落, 白首寄人間.]”라고 한 데서 보이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비파행(琵琶行)에 “집안이 몰락하니 문앞을 찾아오는 귀한 손님 드물고, 나이 들어 기생 노릇도 할 수 없어서 상인의 아내가 되었소.[門前冷落鞍馬稀, 老大嫁作商人婦.]”라고 하였다.
  • 내하[奈何]  어떻게. 어째서. 어찌. 어떻게 하다. 어찌하다. 어찌할까. 누구를 어떻게 하다. 처리하다. 대처하다. ~를 어찌하겠는가.
  • 폐이[廢弛]  버려두고 태만히 함.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피폐하고 해이해짐. 황폐함. 쇠퇴함. 풀어지다. 문란해지다. 해이해지다. 규율·기풍 따위가 문란해지다.
  • 치빙[馳騁]  여기저기 부산하게 돌아다님. 말을 타고 달림. 이곳저곳 바삐 돌아다니는 것.

【譯文】  窮當益工,  勿失風雅.
貧窮人家打掃幹淨地面,  貧家女子梳理幹淨頭發,  景致陳設雖然不鮮豔華麗,  氣質風度自然是端莊高雅.  品德高尙的讀書人一旦面對窮困愁苦寥寂落寞,  爲何動輒自我廢棄馳騁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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