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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 편지 / 곽재구


어무니 가을이 왔는디요

뒤란 치자꽃초롱 흔드는 바람 실할텐디요

바다에는 젖새우들 찔룩찔룩 뛰놀기 시작했구먼요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그물코에 수북한 달빛 환장하게 고와서요

헛심 쪼깨 못 쓰고 고만 바다에 빠졌구만요

허리 구부러진 젖새우들 동무 삼아

여섯 물 달빛 속 개구락지헤엄 치는디

오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다는 거 첨 알았구만요

어무니 시방도 면소 순사 자전거 앞에 서면

소금쟁이 걸음처럼 가슴이 폴짝 뛰는가요

출장 나온 수협 아재 붙들고

아직도 공판장 벽보판에 내 사진

붙었냐고 해으름까지 우는가요

어무니 추석이 낼 모렌디요

숯막골 다랑치논 산두빛 익어 고울텐디요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 차마 그리운디요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일뿐으로

가막소에 가고 지명수배를 받던 세상

부끄러워할 날 올 것이구만요

어무니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반월과 구로동 나간 동생들 다 돌아올텐디요

봉당 흙마루 걸터앉아 송편도 빚고 옛이야기 빚노라면

달빛은 하마 어무니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일텐디요

<우이도 편지 /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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