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필 무렵 / 조완춘

일곱 고개를 넘어야 닿는 어머니 친정집에서

모내기한다는 기별을 보내오곤 했다

모내기철은 꽃게가 살지는 계절

외 할아버지는 갯가로 출가한 맏딸을 기다렸다

꽃게는 살아있어야 제맛, 광주리는 줄달음질 쳤다

굽이굽이 산굽이 길을

새벽 밀물에 맞춰 받아온 꽃게

햇살에 견딜까 하는 걱정에

아카시아로 넉넉한 꽃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바람길이 열리는 고갯마루는 자라목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

단내가 올라왔다, 꽃잎에서도 그녀의 혀에서도

손이 귀한 집의 맏딸, 남동생마저 외지로 떠돌며

집의 적막한 그늘은 늘 눅눅했다

간밤에 뒤척인 기다림이 여러 번 지팡이를 세웠을 것이다

바그락바그락 게거품이 일었다

아뿔싸, 황급히 내닫는 내리막길

놀란 꿩 울음소리

송홧가루가 푸드득 피어올랐다

<조완춘 / 나를 깨뜨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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