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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을 핥아 수레를 얻다[舐痔得車지치득거] <장자>


송(宋)나라 사람 중에 조상(曹商)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송나라 임금을 위해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그가 갈 때 수레 몇 채가 주어졌다. 진나라 임금이 그를 좋아하여 백 채의 수레를 더 보태어 주었다. 그는 송나라로 돌아와서 장자를 만나 말하였다.

“가난한 마을의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 곤궁하여 짚신이나 짜고, 깡마르고 부황난 얼굴을 하고 지내는 것은 저로서는 잘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단번에 만승의 천자를 깨우치고 백승의 수레를 뒤따르게 하는 일은 제가 잘하는 일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진나라 임금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습니다.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 주는 자에게는 수레 한 채를 내렸습니다. 고름을 빠는 자에게는 수레 다섯 채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내려지는 수레는 더욱 많았습니다. 당신은 그의 치질을 핥아 고쳐주었습니까? 어찌 그토록 많은 수레를 얻었습니까? 그만 가보십시오!”

<장자(잡편) : 제32편 열어구>


宋人有曹商者, 爲宋王使秦. 其往也, 得車數乘. 王說之, 益車百乘. 反語宋, 見莊子曰:「夫處窮閭陋巷, 困窘織屨, 槁項黃馘者, 商之所短也. 一悟萬乘之主而從車百乘者, 商之所長也.」 莊子曰:「秦王有病召醫, 破癰潰痤者得車一乘, 舐痔者得車五乘, 所治愈下, 得車愈多. 子豈治其痔邪, 何得車之多也? 子行矣!」  <莊子(雜篇) : 第32篇 列禦寇>


  • 지치득거[舐痔得車] 남의 치질(痔疾)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뜻으로, 비열(卑劣)한 수단(手段)으로 권력(權力)이나 부귀(富貴)를 얻음을 이르는 말이다.
  • 궁려[窮閭] 가난한 마을. 누항(陋巷). 빈촌.
  • 누항[陋巷] 누추한 골목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상징하기도 한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한 대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궁벽한 시골에서 사는 것을 남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顔回)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구나.[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라는 내용이 보인다.
  • 곤군[困窘] 곤란(困難)하고 군색(窘塞)함. 곤란하고 고달픔. 난처하다. 궁하다. 딱하다. 곤궁하다.
  • 고항황괵[槁項黃馘] 목은 삐쩍 마르고 얼굴이 누렇게 됨. 빈곤으로 인해 얼굴이 마르고 안색이 누렇게 떠 생기가 없는 것을 이른다.
  • 파옹궤좌[破癰潰痤] 종기를 째고 고름을 빨아냄.
  • 지치[舐痔] 남의 치질 부위를 핥다. 후안무치하게 아첨하다. 극도로 아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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