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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익이 큰 이익을 해친다[顧小利 則大利之殘] <한비자>


작은 이익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 진 헌공(晉獻公)이 우(虞)나라의 길을 빌려 괵(虢)을 정벌하고자 하였다.

순식(荀息)이 말하였다.

“군주께서 수극(垂棘)의 미옥(美玉)과 굴산(屈産)의 명마를 우공(虞公)에게 뇌물로 보내어 정벌 길을 빌려줄 것을 요구하시면 반드시 빌려줄 것입니다.”

헌공이 말하였다.

“수극의 미옥은 선왕의 보배이며, 굴산의 말은 과인의 준마이다. 만일 우공이 내 예물을 받고도 길을 빌려주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순식이 말하였다.

“그가 길을 빌려줄 생각이 없으면 감히 우리의 예물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의 예물을 받고 길을 빌려준다면, 보배는 울 안의 창고에서 울 밖의 창고로 옮기는 셈이고, 말 또한 울 안의 마구간에서 울 밖의 마구간으로 옮겨 놓는 셈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헌공이 말하였다.

“좋다.”

이에 헌공은 순식을 시켜 수극의 옥과 굴산의 말을 우공에게 뇌물로 보내어 길을 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우공은 그 옥과 말이 탐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였다.

궁지기(宮之奇)가 간언하였다.

“허락하시면 안 됩니다. 우(虞)나라 곁에 괵(虢)이 있는 것은 수레에 덧방나무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덧방나무는 수레에 의지하고, 수레는 덧방나무에 의지합니다. 우와 괵의 형세가 이와 같습니다. 만일 진(晉)에게 길을 빌려준다면 괵(虢)이 아침에 망하면 우(虞)는 저녁에 따라 망하게 될 것입니다. 빌려주시면 안 됩니다. 다시 생각하시어 허락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우공은 간언을 듣지 않고 성급히 길을 빌려주었다.

순식은 괵을 치고 돌아온 지 삼년 만에 우를 쳐 승리하였다. 순식은 그 전에 우공에게 뇌물로 준 말과 옥을 가지고 와서 헌공에게 돌려주었다.

헌공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옥은 그대로이고, 말 또한 많이 성장하였구나.”

우공의 군대가 패하고 국토가 깎인 것은 어째서인가? 사소한 이익에 사로잡혀 나라가 망하는 큰 손해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은 이익을 돌아보는 것은 큰 이익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비자 제10편 십과>


奚謂顧小利? 昔者晉獻公欲假道於虞以伐虢. 荀息曰:「君其以垂棘之璧與屈産之乘, 賂虞公, 求假道焉, 必假我道.」 君曰:「垂棘之璧, 吾先君之寶也;屈産之乘, 寡人之駿馬也. 若受吾幣不假之道, 將奈何?」 荀息曰:「彼不假我道, 必不敢受我幣. 若受我幣而假我道, 則是寶猶取之內府而藏之外府也, 馬猶取之內廐而著之外廐也. 君勿憂.」 君曰:「諾.」 乃使荀息以垂棘之璧與屈産之乘賂虞公而求假道焉. 虞公貪利其璧與馬而欲許之. 宮之奇諫曰:「不可許. 夫虞之有虢也, 如車之有輔. 輔依車, 車亦依輔, 虞·虢之勢正是也. 若假之道, 則虢朝亡而虞夕從之矣. 不可, 願勿許.」 虞公弗聽, 逐假之道. 荀息伐虢之還. 反處三年, 興兵伐虞, 又剋之. 荀息牽馬操璧而報獻公, 獻公說曰:「璧則猶是也. 雖然, 馬齒亦益長矣.」 故虞公之兵殆而地削者, 何也? 愛小利而不慮其害. 故曰:顧小利, 則大利之殘也.  <韓非子 第10篇 十過>


  • 수극지벽[垂棘之璧]  고귀한 보옥(寶玉)을 가리킨다. 수극(垂棘)은 춘추시대 둥근 옥이 생산되는 진(晉)나라의 지명이다. 정확한 위치는 미상이다. 미옥(美玉)의 생산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미옥의 별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 굴산지승[屈産之乘]  굴산(屈産)은 좌전(左傳)과 곡량전(穀梁傳) 주(註)에는, 굴(屈)은 고을 이름이요, 산(産)은 말을 산출하는 것이라 하였고, 공양전(公羊傳) 주(註)에는 굴산(屈産)은 땅 이름인데 명마를 산출하는 땅이라 하였다. 굴(屈)을 지명으로 보면 굴성(屈城)이 그곳인데,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석루(石樓) 동북쪽으로 진(晉) 공자(公子) 이오(夷吾)가 지키던 곳이다. 굴산(屈産)은 지금의 산서성 석루 동남쪽으로 아직 굴산천(屈産泉)이란 지명이 남아 있다. 명마의 생산지는 대체로 후자로 본다.
  • 가도멸괵[假道滅虢]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함. 서로 이해관계가 밀접해 한 쪽이 망하면 다른 한 쪽도 화를 면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또는 서로 도우며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서로 도움으로써 성립되는 관계를 비유하기도 한다. 괵(虢)나라와 우(虞)나라를 정복(征服)하려는 야심을 가졌던 진(晉)나라가 우(虞)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虢)나라를 무너뜨린 뒤 우(虞)나라까지 쳐들어가 멸망시켰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由來)한 말이다. 군사계획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쓰이는 계책이다. 가도멸괵(假途滅虢).
  • 보거상의[輔車相依]  보(輔)는 수레의 덧방나무로 수레를 움직이는데 힘을 덜게 해주는 부분으로, 수레의 덧방나무(輔)와 바퀴(車)가 서로 의지(依支)한다는 뜻으로, 전(轉)하여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共生) 관계를 의미한다. 춘추좌전(春秋左傳) 희공 5년(僖公五年)에 “덧방나무와 수레의 몸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게 된다.[輔車相依 脣亡齒寒]”라고 하였다.
  • 보차상의[輔車相依]  보(輔)는 광대뼈이고 차(車)는 치은(齒齗) 곧 잇몸이다. 광대뼈는 외골(外骨)이고 치은(齒齗)은 내골(內骨)이어서, 이 두 뼈가 서로 움직여서 작용하는 것이므로, 서로 이해관계(利害關係)가 밀접하여 의지하고 보조하지 아니하면 그 존재를 보전하기 어려운 관계에 비유하여 이르는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 조에 “속담에 ‘광대뼈와 잇몸은 상호의존 하는 것이고, 입술이 없으면 이(齒)가 시리다.’라고 한 것은 우(虞)나라와 괵(虢)나라의 형세를 이르는 것이다.[諺所謂 ‘輔車相依, 脣亡齒寒’者, 其虞, 虢之謂也.]”라고 하였다.
  • 순치보거[脣齒輔車]  순치(脣齒)는 입술과 이를 말하고, 보거(輔車)는 광대뼈와 잇몸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피차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여 서로서로 의지하는 사물에 비유한다. 또 일설에 의하면, 보거는 수레의 덧방나무와 수레의 몸통을 가리킨다고 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 조에 “광대뼈와 잇몸이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게 된다.[輔車相依 脣亡齒寒]”라고 하였다. 순망치한(脣亡齒寒). 보거상의(輔車相依). 순치지세(脣齒之勢).    보(輔)의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으나 나는 보(輔)에 대해 의문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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