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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책군력[群策群力] 군중의 계책과 역량을 써라 <양자법언>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많은 사람의 계책을 들으려 애썼고

여러 사람의 계책을 써서

군중의 역량을 모아 발휘시키는 데 힘썼다.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여러 사람의 계책 듣기를 성가셔 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남을 힘껏 하게 만드는 자는 이기고

자신만 힘껏 하는 자는 패한다.

이기고 지는 것이 어찌 하늘 때문이겠는가.


漢屈群策,  群策屈群力.  楚憞群策而自屈其力.
한굴군책,  군책굴군력.  초돈군책이자굴기력.
屈人者克,  自屈者負.  天曷故焉.  <揚子法言  重黎>
굴인자극,  자굴자부.  천갈고언.  <양자법언  중려>


항왕(項王)이 해하(垓下)의 싸움에서 패하고, 한(漢)나라 군대의 포위를 뚫고 탈출하여 동쪽으로 오강(烏江)을 건너려 하니, 오강(烏江)의 정장(亭長)이 배를 대고 기다리다가 항왕에게 이르기를 “강동(江東)이 비록 작으나 땅의 넓이가 천 리입니다. 또한 충분히 왕 노릇 할 수 있으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급히 건너소서.” 하였다. 이에 항왕이 웃으며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데 내가 이 강을 건넌들 무엇하랴! 또한 나는 강동(江東)의 자제(子弟) 8천 명과 함께 강을 건너 서쪽으로 왔는데 한 사람도 돌아가는 자가 없으니, 비록 강동의 부형(父兄)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받든다 해도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볼 것이며, 비록 저들이 말하지 않더라도 내가 홀로 마음에 부끄럽지 않겠는가?[天之亡我, 我何渡爲! 且籍與江東子弟八千人渡江而西, 今無一人還, 縱江東父兄憐而王我, 我何面目見之? 縱彼不言, 籍獨不愧於心.]”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기병들로 하여금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단병(短兵)을 잡고 접전하게 하였는데, 항적(項籍)이 홀로 죽인 한(漢)나라 군사가 수백 명이고 자신도 또한 수십 군데에 상처를 입었다. 이에 말하기를 “내가 들으니 한(漢)나라에서 내 머리에 천금(千金)과 만호(萬戶)의 고을을 현상하였다 하니, 내가 너에게 은덕을 베풀겠다.” 하고는 마침내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史記 項羽本紀>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 말하였다.

“항우(項羽)가 밭두둑 가운데서 일어나 3년 만에 마침내 다섯 제후의 군대를 거느리고 진(秦)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천하를 나누어 왕후(王侯)를 봉하고 정사(政事)를 자기 뜻대로 하였으니, 지위가 비록 끝까지 가지 못하였으나 근고(近古) 이래에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다. 항우(項羽)가 관중(關中)의 약속을 저버리고 초(楚)나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였으며 의제(義帝)를 추방하고 스스로 왕위에 서고는 왕후(王侯)들이 자신을 배반한 것을 원망한다면 곤란하다.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사사로운 지혜를 뽐내어 옛 도리를 본받지 않고서 패왕(霸王)의 업(業)을 힘으로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천하를 경영한 지 5년 만에 마침내 나라를 잃고 자신은 동쪽 성(城)에서 죽었다. 그런데도 깨달아 자책하지 못하고, 마침내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용병을 잘못한 죄가 아니라고 말하였으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自矜功伐, 奮其私智而不師古, 謂霸王之業, 欲以力征經營天下, 五年卒亡其國, 身死東城, 尚不覺寤而不自責, 過矣. 乃引「天亡我 非用兵之罪也」, 豈不謬哉!]” <史記 項羽本紀>

이에 대해 양웅(楊雄)은 법언(法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초(楚)나라 항우(項羽)가 해하(垓下)에서 패전하여 죽기 전에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다.’고 하였는데, 사실입니까?” 가로되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여러 사람의 계책(計策)을 듣는데 힘썼고, 여러 사람의 계책으로 여러 사람의 역량(力量)을 모으고 최대한 발휘되도록 힘썼다.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여러 사람의 계책 듣기를 성가시게 여겼고, 좋은 계책을 내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발휘시키는데 힘을 쏟는 자는 이기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만 힘을 쏟는 자는 진다. 이기고 지는 것이 어찌 하늘 때문이겠는가.”[或問:「楚敗垓下, 方死, 曰‘天也.’ 諒乎?」 曰:「漢屈群策, 群策屈群力. 楚憞群策而自屈其力. 屈人者克, 自屈者負. 天曷故焉.」] <揚子法言 重藜篇>


  • 군[群]  무리. 군중. 여럿의. 모으다. 모이다.
  • 굴[屈]  다하다. 힘껏 하다.
  • 군책[群策]  뭇사람의 계책. 대중의 지혜. 중지(衆智). 중지를 모으다. 함께 생각하다.
  • 군력[群力]  군중의 힘. 여러 사람의 힘.
  • 군중[群衆]  한곳에 모인 많은 사람. 수많은 사람.
  • 계책[計策]  계교(計巧)와 방책(方策). 일을 처리할 계획과 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궁리해 낸 꾀나 술책.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꾀나 방법을 생각해 냄. 또는 그 꾀나 방법.
  • 책략[策略]  모책(謀策)과 방략(方略). 꾀. 책모(策謀).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처리하는 꾀와 방법.
  • 역량[力量]  세력이나 힘. 힘, 능력(能力), 어떤 일을 감당(堪當)하여 해낼 수 있는 힘.
  • 단병[短兵]  도(刀)나 검(劍) 등의 짧은 병기(兵器).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싸울 때 쓰는, 칼이나 창 따위의 길이가 짧은 병기.
  • 항적[項籍]  항우(項羽)를 말한다. 하상(下相) 사람으로 이름은 적(籍)이고, 자는 우(羽)이다. 진(秦)나라 말기의 농민봉기 지도자이자 항량(項梁)의 조카이다. 진나라가 망하자 자립하여 서초패왕(西楚霸王)이 되었다. 초한(楚漢) 전쟁에서 유방(劉邦)에게 패하여 오강(烏江)에서 자결했다.
  • 굴인[屈人]  이유 없이 남을 압박하다. 터무니없이 남을 억누르다.
  • 자굴[自屈]  스스로 굽힘, 주장이나 의지, 기개 따위를 스스로 굽힘.
  • 연고[緣故]  일이 벌어진 까닭. 사유(事由). 어떤 인연(因緣)으로 맺어진 관계. 혈통(血統), 정분(情分) 또는 법률 따위로 인연을 맺은 관계.
  • 갈고[曷故]  무슨 까닭에.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
  • 관련[關聯]  어떤 일과 다른 일과의 사이에 인과적인 관계(關係)가 있음. 연관(聯關). 무엇이 다른 어떤 것과 서로 연결되어 얽혀 있음. 서로 관계를 맺어 얽히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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