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홀어머니 뵈러 시골갈 때 청양 시외버스 정류장 주유소 옆댕이 대우식육점에 쇠고기 한 근 사러 갔더니 동창생 효식이가 소곡주 한 컵…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 우선 텃밭…
고등학교 다닐 때 버스 안에서 늘 새침하던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포항여고 그 계집애 어느 날 누이동생이 그저 철없는 표정으로 내…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