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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에 느긋이 살아[目拘情曠 禮略意眞] <채근담>


오막살이에 느긋이 살아

보고 듣는 데는 한계 있지만

낯빛은 절로 환히 밝아지고,

산골 늙은이와 어울려 살아

예의와 격식에는 소홀하지만

생각은 항상 진솔하다네.


棲遲蓬戶,  耳目雖拘而神情自曠.
서지봉호,  이목수구이신정자광.
結納山翁,  儀文雖略而意念常眞.
결납산옹,  의문수략이의념상진.

<채근담菜根譚/건륭본乾隆本/한적閒適><증광현문增廣賢文>


  • 서지[棲遲]  천천히 돌아다니며 마음껏 놂. 하는 일 없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놂. 벼슬을 마다하고 세상을 피하여 시골에서 삶. 돌아다니며 쉬거나 한가로이 지내는 것. 은거하여 편안하게 노니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진풍(陳風) 형문(衡門)에 “형문(衡門: 두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질러 만든 허술한 대문)의 아래여 쉬고 놀 수 있도다. 샘물이 졸졸 흐름이여 굶주림을 즐길 수 있도다.[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라고 하여 누추한 곳이라도 은자가 지내기엔 족한 곳이라는 구절이 있고, 유장경(劉長卿)의 시 장사과가의댁(長沙過賈誼宅)에 “이곳에서 보낸 귀양살이 삼 년이라도, 가의는 만고에 남은 것은 가의의 슬픔이네.[三年謫宦此棲遲 萬古惟留楚客悲]”라고 하였다.
  • 봉호[蓬戶]  쑥대로 엮은 문. 가난한 사람이나 숨어사는 사람의 집을 이르는 말. 가난한 선비의 거처를 이른다. 예기(禮記) 유행(儒行)에 “선비는 문 옆에 작은 문을 내고 쑥대로 엮은 출입문과 옹기로 들창을 달며, 옷은 번갈아 입고 나오고 이틀에 하루치의 음식을 먹는다.[儒有一畝之宮, 環堵之室, 篳門圭窬, 蓬戶甕牖, 易衣而出, 幷日而食.]”라고 하였다.
  • 신정[神情]  표정. 안색. 기색. 모습.
  • 결납[結納]  결탁하다. 마음을 결합하여 서로 의지함. 서로 짜고 한통속이 되다.
  • 의문[儀文]  의례(儀禮)에 관한 법도. 의식과 예절. 의례적인 형식. 의식 절차에 대해 쓴 글.

[譯文]  棲息遲留蓬草門戶, 耳朵眼目雖然拘梗但神態表情自然曠逸 ; 結交迎納山間老翁, 禮儀文飾雖然簡略但意味念頭常常眞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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