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시拙詩
저 너머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귀뚜라미
내 터에 들지 마라. 귀뚤귀뚤 귀뚜리 말귀 못 알아듣는 저 놈을 그냥! 귀뚫귀뚫 귀뚫라미 내 텨 건들지 마라. 귀뚤귀뚤…
빨랫줄
우두커니 앉아 빨래를 본다. 건들건들 내 옷만 흔들리노니 바람이 부나 바람이 부나 후질리고 빨리고 낡아가노니 잊혀지는가 잊혀지는가 …
밤나무
밤나무 접붙이다 저물녘이면 아버지 풀피리 부셨다는 산비탈 밤나무 고목으로 속 비워 가고 엄니는 기억이 까막하신데 오르락내리락 밤 줍는…
죄인囚 – 별거別居
당신은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고 원고가 되어 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 했다. 변론도 없이 나는 자해自害의 감옥에 수감되었다. 당신,…
별거別居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좋고 나쁨은 어제는 고추장에 밥 비벼 먹고 오늘은 고향으로 나물 먹으러 간다. 작년엔 산천이 그리웁더니…
삶은 달걀
눈물 찍어 먹는 것이 삶은 달걀인가 물 마시며 먹어도 목이 메인다. 애덜 갖다 줄 게 하나도 없네. 달걀이라도 삶을…
양치질
반백이 넘고서야 처음 알았다 왼손으로 이 닦는 나를 먹고 쓰고 오른손인데 언제부터 이만 왼손으로 닦았나 오른손으로 해보니 영 거북해 그냥…
오늘
오늘 하루 그냥 가면 어떤가. – 삼백예순다섯날 뭔가 해야 한다고 – 나는 어디 두고 오늘은 어디 두고 안 달 복 달 – 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