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고택(雲庭故宅), 허업(虛業)

43년 허업(虛業)은 지고

초여름 선선한 장맛비 속에

얽힌 가지 울울히 적막을 품었다

– 2018.6.26. 김종필 전 국무총리 청구동 고택(故宅) –


김종필(金鍾泌) 전 국무총리의 호가 운정(雲庭)이다.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2018년 6월 23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를 도와 5·16 군사쿠데타에 성공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정치사를 풍미했던 ‘3김 시대’의 주역이었다. 2004년 총선에서 10선 도전에 실패하였고,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남기고 43년간 몸담았던 정계를 떠났다. 그 후에도 “내가 실업(實業)인으로 갔으면 돈관이나 모았을 텐데, 정치가는 허업(虛業)입니다. 실업은 움직이는 대로 과실을 따니까 실업이지요. 경제하는 사람들을 왜 실업가라고 하냐면 과실을 따먹거든.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은 이름은 날지 모르지만 속은 텅텅 비었어. 나도 2~3년 후에는 어떻게 살까 걱정이여.”라든가, “정치는 키워서 가꿔 열매가 있으면 국민이 나눠 갖지 자기한테 오는 게 없으니, 정치인 자신에겐 텅텅 빈 허업(虛業)이고 죽을 땐 ‘남는 게 있어야지’라고 한탄하면서 죽는 거다. 그런데 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라는 말이야.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길이 없다.”는 등 ‘정치는 허업(虛業)’임을 강조하였다.


사전(辭典)을 찾아보니 허업(虛業)의 사전적 정의(定義)가 대충 ‘겉으로만 꾸며 놓고 실속이 없는 사업. 투기사업.’ 쯤 된다. 정치인을 위한 사전이 있다면 ‘사사로운 욕심을 비우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정의를 하나 더 추가 했으면 좋겠다. ‘남는 게 없는 장사’이 아니라 ‘나의 욕심을 비워[虛] 만인의 행복을 채우는 사명(使命)을 띤 일[業]’이 허업(虛業)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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