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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로를 트면 싸우지 않고 이긴다 <전국책> [鄒忌窺鏡/戰勝於朝廷]


제(齊)나라 재상(宰相) 추기(鄒忌)는 키가 8척이 넘고 용모가 준수하였다. 어느 날 조복(朝服)에 의관(衣冠)을 갖추고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그의 처에게 물었다.

“성북(城北)의 서공(徐公)과 나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잘났소?”

그의 처가 말하였다.

“당신이 훨씬 잘났습니다. 아무리 서공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성북의 서공은 제(齊)나라에서 미남이라고 소문난 사람이었다.

추기는 스스로 믿을 수 없어 다시 첩에게 물었다.

“나와 서공 중에 누가 더 잘났는가?”

첩이 말하였다.

“서공이 어찌 당신에게 미치겠습니까!”

이튿날 아침 손님이 찾아와 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 손님에게 물었다.

“나와 서공을 비교할 때 어느 쪽이 잘났습니까?”

손님이 말하였다.

“서공은 대감만 못합니다.”

다음 날 서공이 찾아왔다. 그를 보니 스스로가 그 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으나 역시 차이가 심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생각해 보았다.

“아내가 내가 더 잘났다고 말한 것은 나의 가족이기 때문이었고, 첩은 내가 무서워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고, 또 손님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에, 다음날 추기는 입궐하여 위왕(威王)을 알현하고 말하였다.

“신은 서공이 신보다 잘생겼음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의 처와 첩 그리고 손님까지 모두 서공보다 제가 잘났다고 하였습니다. 신의 처는 신의 가족이었기 때문이고, 첩은 신이 무서웠기 때문이고, 손님은 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제나라는 영토는 사방 천리이고, 120개의 성이 있습니다. 궁중의 사람들은 대왕과 사사롭지 않은 자가 없고, 조정의 신하들은 대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나라 안이 온통 대왕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자들입니다. 이로써 보건대 대왕께서는 눈과 귀가 심하게 가려져 있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명령하였다.

“누구든 과인의 잘못을 직접 지적해 주는 자에게는 큰 상을 줄 것이며, 글을 올려 과인에게 간하는 자에게는 중급의 상을 줄 것이며, 시중 또는 조정에서 비판하되 그 말이 과인의 귀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작은 상을 줄 것이다.”

처음 령이 내려지자 간언하기 위해 오는 신하들로 궁궐 문이 시장을 방불케 하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이따금 간간이 진언(進言)을 하여왔고, 일 년이 되자 말하고자 하여도 진언할 것이 없었다.

연(燕)나라, 조(趙)나라, 한(韓)나라, 위(魏)나라 등 여러 나라에서 이 소문을 듣고, 모두 제나라에 입조(入朝)하였다. 이런 것을 두고 ‘군사를 사용하지 않고 조정에서 적을 이긴다.[戰勝於朝廷]’고 하는 것이다.

<전국책 : 제책>


鄒忌脩八尺有餘, 身體昳麗. 朝服衣冠, 窺鏡, 謂其妻曰: “我孰與城北徐公美?” 其妻曰: “君美甚, 徐公何能及公也!” 城北徐公, 齊國之美麗者也. 忌不自信, 而復問其妾曰: “吾孰與徐公美?” 妾曰: “徐公何能及君也!” 旦日, 客從外來, 與坐談, 問之客曰: “吾與徐公孰美?” 客曰: “徐公不若君之美也.” 明日, 徐公來, 孰視之, 自以爲不如, 窺鏡而自視, 又弗如遠甚. 暮, 寑而思之, 曰: “吾妻之美我者, 私我也; 妾之美我者, 畏我也; 客之美我者, 欲有求於我也.” 於是, 入朝見威王曰: “臣誠知不如徐公美, 臣之妻私臣, 臣之妾畏臣, 臣之客欲有求於臣, 皆以美於徐公. 今齊地方千里, 百二十城, 宮婦左右莫不私王, 朝廷之臣莫不畏王, 四境之內莫不有求於王. 由此觀之, 王之蔽甚矣.” 王曰: “善.” 乃下令: “羣臣・吏民能面刺寡人之過者, 受上賞; 上書諫寡人者, 受中賞; 能謗議於市朝, 聞寡人之耳者, 受下賞.” 令初下, 羣臣進諫, 門庭若市. 數月之後, 時時而閒進. 期年之後, 雖欲言, 無可進者. 燕・趙・韓・魏聞之, 皆朝於齊. 此所謂戰勝於朝廷. <戰國策 : 齊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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