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존립은 군비(軍備)에 있다 <전국책/조책>

정(鄭)나라의 동(同)이라는 사람이 북쪽으로 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을 알현하였다.

조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남방의 박사라 들었는데, 무엇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정(鄭)나라 사람 동(同)이 말하였다.

“신은 남방의 시골뜨기입니다. 어찌 흡족한 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대왕께서 저를 어전에 불러주셨으니, 어찌 감히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병법을 배웠습니다.”

조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병법에 관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동(鄭同)이 손뼉을 치면서 앙천대소하였다.

“병법이란 본래 천하에 교활한 것이기 때문에 신은 대왕께서 병법을 좋아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에 병법에 대해 위(魏)나라 소왕(昭王)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소왕 역시 ‘나는 병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왕께서 허유와 같은 행동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허유는 천하에 매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천하를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왕께서는 이미 선왕으로부터 나라를 이어받았습니다. 따라서 종묘를 안정시키고, 영토가 깎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직의 제사를 이어가고자 하실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소왕도 ‘그렇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수후의 구슬[隨侯之珠]이며, 지구의 옥고리[持丘之環]며, 만금의 재력을 가지고 노숙(露宿)을 해야 할 처지에 있을 경우, 안으로는 맹분(孟賁)과 같은 위력도 성형(成荊)이나 경기(慶忌)와 같은 용단도 없고, 밖으로는 활이나 쇠뇌와 같은 방어수단도 없다면 하룻저녁도 못 넘겨 반드시 누군가에게 해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탐욕스러운 강국이 있어 대왕의 국경에 다다라 영토의 할양을 요구해 올 경우, 이치로 설명해도 소용없고 인의로 설득해도 납득하지 않는다면, 이럴 때 대왕께서는 나라를 방어하는 무기를 써서 전투하는 외에 장차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시겠습니까. 만약 대왕께 군사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주변국들의 뜻대로 되고 말 것입니다.”

조왕(趙王)이 말하였다.

“청컨대 가르침을 받들게 하여 주십시오.”

<전국책 : 조책(3)>


鄭同北見趙王, 趙王曰: “子南方之傳士也, 何以敎之?” 鄭同曰: “臣南方草鄙之人也, 何足問? 雖然, 王致之于前, 安敢不對乎? 臣少之時, 親嘗敎以兵.” 趙王曰: “寡人不好兵.” 鄭同因撫手仰天而笑之, 曰: “兵固天下之狙喜也, 臣故意大王不好也. 臣亦嘗以兵說魏昭王, 昭王亦曰: ‘寡人不喜.’ 臣曰: ‘王之行能如許由乎?’ 許由無天下之累, 故不受也. 今王旣受先王之傳, 欲宗廟之安, 壤地不削, 社稷之血食乎? ‘王曰: ‘然.’ 今有人操隨侯之珠, 持丘之環, 萬金之財, 時宿于野, 內無孟賁之威, 荊慶之斷, 外無弓弩之禦, 不出宿夕, 人必危之矣. 今有强貪之國, 臨王之境, 索王之地, 告以理則不可, 說以義則不聽. 王非戰國守圉之具, 其將何以當之? 王若無兵, 鄰國得志矣.” 趙王曰: “寡人請奉敎.”  <戰國策 : 趙策(三)>


  • 정동[鄭同]  정(鄭)나라 사람.
  • 허유[許由]  허유(許由)는 요 임금 때의 고사(高士)이다. 요 임금 때의 고사인 소부(巢父)와 허유가 기산(箕山)에 들어가 숨어 살았는데, 요 임금이 허유를 불러 구주(九州)의 장(長)으로 삼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그 소리를 듣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영수의 물에 귀를 씻었다. 소부가 영수 가로 소를 끌고 와서 물을 먹이려고 하다가 허유가 귀를 씻는 것을 보고는 그 까닭을 물으니, 허유가 “요 임금이 나를 불러 구주의 장을 삼으려고 하므로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귀를 씻는 것이다.” 하였다. 그러자 소부가 그 귀를 씻은 물을 먹이면 소의 입을 더럽히겠다고 하면서,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 <高士傳 許由>
  • 혈식[血食]  피 묻은 산짐승을 잡아 제사(祭祀)를 지낸데서, 나라의 의식(儀式)으로 제사(祭祀)를 지냄을 이르는 말. 피 흐르는 제물을 바쳐 조상에게 제사지냄. 또, 자손이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중지하지 않는 일.
  • 혈식[血食]  제사에 바치는 날고기 희생을 뜻하는 것으로, 종묘(宗廟), 향교(鄕校), 서원(書院), 문중(門中) 등 친진(親盡)이나 체천(遞遷)에 구애받지 않고 영원히 모시는 제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때는 일반 가정의 제사와 달리 제수용 고기를 익히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수후지주[隨侯之珠]  수(隨: 지금의 湖北省호북성 隨縣수현)에서 나온 구슬. 수주(隨珠). 수(隨) 땅의 후(侯)가 출행을 하다가 큰 뱀이 상처를 입어 중간이 끊어진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서 약을 발라 싸매 주게 하니, 뱀이 기어갔다. 몇 해가 지난 뒤에 그 뱀이 명주(明珠)를 입에 물고 와서 은혜에 보답하였는데, 그 구슬이 직경 한 치가 넘었으며 밤에도 빛이 나 달이 비치는 것 같았다. 이것을 수후주(隋侯珠) 또는 명월주(明月珠)라고 한다. <搜神記>
  • 지구지환[持丘之環]  지구(持丘) 지역에서 나는 좋은 옥환(玉環).
  • 맹분[孟賁]  고대의 용사.
  • 형경[荊慶]  성형(成荊)과 경기(慶忌). 고대 전설상의 용사.
  • 숙석[宿夕]  하룻밤이라는 뜻으로, 잠깐 사이를 이르는 말. 하루 저녁. 또는 얼마 안 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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