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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用東坡韻설용동파운 / 눈, 소동파의 운을 쓰다 / 李仁老이인로


–  [其一]

千林欲暝已棲鴉[천림욕명이서아]   온 숲이 저물어 까마귀도 깃들었는데

燦燦明珠尙照車[찬찬명주상조거]   찬란히 밝은 구슬 수레 더욱 밝히네

仙骨共驚如處子[선골공경여처자]   신선도 놀랄 듯 처녀 같은 순수세상

春風無計管狂花[춘풍무계관광화]   봄바람도 철모르는 꽃은 어찌 못하리

聲迷細雨鳴窓紙[성미세우명창지]   가랑비 소리인 듯 창호지를 울리고

寒引羈愁到酒家[한인기수도주가]   추위는 나그네 수심 술집으로 이끄네

萬里都盧銀作界[만리도로은작계]   만 리 천지가 온통 은으로 만든 세상

渾殽路口沒三叉[혼효로구몰삼차]   길목 구분 못하게 세 갈래 길 묻혔네

[其二]

霽色稜稜欲曉鴉[제색능릉욕효아]   갠 하늘 싸늘하게 갈까마귀 밝히는데

雷聲陣陣逐香車[뇌성진진축향거]   우레 소리 간간이 향거 따라 울리네

寒侵綠酒難生暈[한침녹주난생훈]   한기에 좋은 술로도 취기 돌지 않고

威逼紅燈未放花[위핍홍등미방화]   추위에 홍등은 불꽃을 피우지 못하네

一棹去時知客興[일도거시지객흥]   조각배로 찾아가던 나그네 흥 알겠고

孤煙起處認山家[고연기처인산가]   한 올 연기 오르니 산가 있음 알겠네

閉門高臥無人到[폐문고와무인도]   문 닫고 높이 누우니 아무도 오지 않고

留得筒錢任畫叉[유득통전임화차]   통 안에 남은 몇 푼 화차에 맡겨두네

<雪用東坡韻설용동파운 / 눈, 소동파의 운을 쓰다 / 李仁老이인로 : 破閑集파한집>

  ※  이 시는 파한집(破閑集) 권상(卷上)에 “왕안석이 소동파의 눈을 읊은 차(叉)자 운의 시를 보고, 그가 운자를 잘 쓴 것을 좋아하여 먼저 한 편을 지어 화답하였으나, 그 마음에 오히려 개운하지 못하여 다시 다섯 편을 지어 화답하였다. 비록 더욱 기묘하게 고사를 끌어다 쓰고 더욱 험난하게 말을 뱉어 기묘하고 험난함으로 이를 압도하고자 하였으나, 전과 같은 허물을 면하지 못하였다. 병법에 이르기를 ‘차라리 내가 남을 핍박할지언정, 남이 나를 핍박하지 못하게 하라.’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그렇도다. 오늘 아침에 서루(書樓)에 오르니 눈이 비로소 그쳤기에, 두 어른의 시가 기억나 두 편을 화답하여 지었다. 나도 역시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으나, 보는 분들이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楚老見眉山賦雪叉字韻詩, 愛其能用韻也, 先作一篇和之, 其心猶未快, 復以五篇繼之. 雖用事愈奇, 吐詞愈險, 欲以奇險壓之, 然未免如前之累. 兵法曰, ‘寧我迫人, 無人迫我.’ 信哉. 今朝登書樓雪始霽, 因憶兩老詩, 和成二篇. 僕亦未免於牽强, 觀者宜恕之.]”는 말과 함께 수록 되어 있다. 두 번 째 수는 동문선(東文選)에도 ‘눈, 소동파의 운을 쓰다[雪 用東坡韻]’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 이인로[李仁老]  고려 후기의 문신이다. 자는 미수(眉叟). 호는 쌍명재(雙明齋). 초명은 득옥(得玉). 정중부(鄭仲夫)의 난 때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 난을 피한 후 다시 환속하였다. 당대의 석학(碩學) 오세재(吳世才)・임춘(林椿)・조통(趙通)・황보항(皇甫抗)・함순(咸淳)・이담지(李湛之) 등과 어울려 시주(詩酒)를 즐겼는데 그들과 더불어 강좌7현(江左七賢)이라 일컬어졌다. 시문(詩文)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능해 초서(草書)・예서(隸書)가 특출하였다. 저서에 은대집(銀臺集), 후집(後集), 쌍명재집(雙明齋集), 파한집(破閑集) 등이 있다.
  • 찬찬[燦燦]  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모양. 빛이 산뜻하고 아름다움, 또는 그 모양.
  • 조승명주[照乘明珠]  광채가 나서 수레 여러 대를 비출 수 있을 만큼 매우 밝은 구슬. 사기(史記) 권46 전경중완세가(田敬仲完世家)에 “제 위왕(齊威王)과 위 혜왕(魏惠王)이 회동했을 때, 위 혜왕이 제 위왕에게 말하기를 “과인(寡人)의 나라는 비록 작으나 앞뒤로 수레 12승(乘)을 환히 비출 수 있는 경촌(徑寸)의 구슬이 10매(枚)나 있습니다.” 하자, 제 위왕이 자신은 훌륭한 신하들을 보배로 여길 뿐, 구슬을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고 대답한 데에서 온 말이다.
  • 찬란[燦爛]  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움. 훌륭하고 빛남. 눈부시게 빛남.
  • 명주[明珠]  고운 빛이 나는 좋은 구슬. 아름다운 보배 구슬. 명월마니(明月摩尼)라고도 한다. 고운 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의 빛이 밝은 달과 같으므로 이같이 일컫는다.
  • 선골[仙骨]  선인(仙人)의 골상(骨相). 신선(神仙)의 골격(骨格)이라는 뜻으로, 남달리 뛰어난 골격과 생김새를 이르는 말. 비범한 풍채. 비범(非凡)한 골상(骨相).
  • 처자[處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자. 처녀(處女).
  • 광화[狂花]  제철이 아닌 때에 피는 꽃. 결실(結實)이 되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많이 핀 꽃.
  • 세우[細雨]  가늘게 내리는 비. 가랑비. 이슬비.
  • 창지[窓紙]  창에 붙여져 있는 종이. 창호지.
  • 기수[羈愁]  여수(旅愁). 나그네의 수심.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 도로[都盧]  온통・전부・모두. 흔히 선가에서 쓰이는 말로, 하나도 남은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 혼효[渾殽]  뒤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됨. 뒤섞이는 것. 섞이다. 분간이 서지 않음. 혼효(混淆)한 모양. 여러 가지 것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어지러이 뒤섞임.
  • 노구[路口]  갈림길. 길목. 교차로.
  • 동구[洞口]  동네 어귀. 마을로 들어서는 목의 첫머리. 절로 들어가는 산문(山門)의 어귀.
  • 제색[霽色]  큰 비가 온 후 막 갤 때의 풍광. 비나 눈이 갠 뒤에 비치는 햇빛.
  • 능릉[稜稜]  모가 나고 쭈뼛쭈뼛함. 추위가 몹시 심(甚)함. 모양이 위엄(威嚴)이 있음. 모가 나고 곧은 모양. 유달리 거칠고 세력이 있는 모양.
  • 진진[陣陣]  이따금. 간간이. 잠시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 향거[香車]  향차. 아름답게 장식한 마차. 또는 부인이 타는 수레. 귀인(貴人)의 타는 칠향거(七香車).
  • 향거[香車]  향목으로 만든 수레. 화려한 수레나 가마. 전설에 나오는 신선이 타는 수레. 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아향거(阿香車), 즉 뇌신(雷神)이 타는 수레를 가리킨다.
  • 녹주[綠酒]  녹색(綠色)의 술. 맛 좋은 술. 빛깔과 맛이 좋은 술.
  • 위핍[威逼]  협박하다. 윽박지르다. 위협하다. 으르다. 엄포 놓다.
  • 홍등[紅燈]  붉은빛이 나는 등불.
  • 홍등가[紅燈街]  붉은 등이 켜져 있는 거리라는 뜻으로, 유곽이나 창가 따위가 늘어선 거리를 이르는 말. 홍등은 ‘붉은 등’이라는 뜻인데, 붉은 불빛 아래에서는 특히 사람이 생기 있고 예쁘게 보이기 때문에 유곽이 생긴 이후로 사창가에는 붉은 등을 밝혀놓았다.
  • 방화[放花]  꽃불을 쏘아 올리다. 꽃이 피다.
  • 설야방우[雪夜訪友]  진(晉)나라 때 산음(山陰)에 살던 왕휘지(王徽之)가 어느 겨울밤에 잠을 자다가 깨어 큰 눈이 막 개고 달빛이 휘영청 밝은 것을 보고는 홀로 술을 마시면서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읊조리다가 갑자기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가 생각났다. 그는 즉시 거룻배를 명하여 타고 밤새도록 가서 다음 날 아침에야 대규의 집 문 앞에 당도해서는 그 집을 들어가지 않고 다시 뱃머리를 돌렸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왕휘지가 대답하기를 “내가 본래 흥겨워서 왔다가 흥이 다해서 되돌아가는 것이다. 굳이 대안도를 만날 것있겠는가.[吾本乘興而行 興盡而返何必見戴安道耶]”하고는 그대로 되돌아왔다. <晉書 卷80 王徽之列傳><世說新語 任誕> 왕휘지(王徽之)는 명필 왕희지(王羲之)의 아들로 자(字)는 자유(子猷)이다. 대규(戴逵)는 진(晉)나라의 은사(隱士)로, 자는 안도(安道)이다. 승흥방우(乘興訪友). 설야방대(雪夜訪戴).
  • 화차[畫叉]  족자(簇子) 같은 것을 거는 데 쓰는 끝에 갈고리가 달린 막대. 족자 그림을 벽이 아닌 장소에 걸 때 사용하는 걸개. 긴 자루 끝에 철차(鐵叉)를 끼운 것이다. 차(叉)는 나뭇가지가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부분을 말한다. 송(宋)나라 곽약허(郭若虛)의 도화견문지(圖畫見聞志) 옥화차(玉畫叉)에 “장문의(張文懿)가 서화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화차(畫叉)까지도 백옥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소동파(蘇東坡)가 귀양가서 살 적에 매달 초하룻날 4천 5백 전을 가져다가 30덩이로 잘라 대들보에 걸어두고 새벽에 화차로 당겨 취하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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