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雲性嗜酒[자운성기주] 양웅은 천성으로 술을 즐겼으나
家貧無由得[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구할 길이 없었네
時頼好事人[시뢰호사인] 때때로 호사가에 의지하였으니
載醪祛所惑[재료거소감] 막걸리 싣고 와 의혹을 풀었다네
觴來爲之盡[상래위지진] 술잔 돌아오면 쭉 들이켜 버리고
是諮無不塞[시자무불색] 물음에 막힘없이 대답해 주었네
有時不肯言[유시불긍언] 때로는 말하려 않은 것이 있으니
豈不在伐國[기부재벌국] 정벌에 관한 일이 어찌 아니랴
仁者用其心[인자용기심] 마음 어진 사람이 그 마음 씀은
何嘗失顯黙[하상실현묵] 드러냄과 침묵에 잘못이 없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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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二十首[其十八]음주20수18 / 말할 때와 침묵할 때 / 陶淵明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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幷序병서 : 나는 한가롭게 살아 기뻐할 일이 적은데다 근래에는 밤마저 길어지는 차에, 우연찮게 좋은 술을 얻게 되어 저녁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잔을 비우고 홀연히 취하곤 하는데, 취한 후에는 언제나 시 몇 구를 적어 스스로 즐겼다. 붓으로 종이에 적은 것이 꽤 되어, 말에 조리도 두서도 없지만 애오라지 친구에게 쓰게 하여 이로써 즐거운 웃음거리로 삼고자 한다.[余閒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飮酒二十首 幷序>
-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송(宋: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송(宋)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潛)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字)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양(梁)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 자운[子雲] 양자운(楊子雲).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의 유학자로, 자(字)가 자운(子雲)인 양웅(揚雄)을 가리킨다. 성도(成都)에 살았다. 사람됨이 소탈하였으며, 말은 어눌하였으나 박학다식(博學多識)하여 문장(文章)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주역(周易)을 모방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짓고 논어(論語)를 본떠 법언(法言)을 짓는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학문이 깊고 고문(古文), 기자(奇字) 등을 잘 알았는데도 벼슬은 궁정에서 창을 잡는 낭관(郎官)에 지나지 못하였다. 양웅(揚雄)은 천록각(天祿閣)에서 사무를 보던 중 자신의 스승이 제위(帝位)를 찬탈한 왕망(王莽)을 비판하다가 처형당했다는 말을 듣고 이에 연루될까 두려워하여 투신자살하려 하였으나 죽지 않고 살아나 왕망(王莽)을 섬겼다. 한서(漢書) 권87 양웅전(揚雄傳)에 “유흠(劉歆)의 아들 유분(劉棻)이 일찍이 양웅에게서 기자를 배웠다.[劉棻嘗從雄學作奇字]”라고 하였고, 또 “집이 본래 가난하고 술을 좋아하였는데, 그의 집에 찾아오는 이가 드물었다. 때때로 호사자들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어울리며 배웠는데, 거록(鋸鹿) 사람 후파(侯芭)는 늘 양웅의 집에 기거하면서 태현경(太玄經)과 법언(法言)을 배웠다.[家素貧耆酒, 人希至其門. 時有好事者, 載酒肴從游學, 而鉅鹿侯芭, 常從雄居, 受其太玄法言焉.]”라고 하였다. 양웅은 자식이 없어 그가 죽었을 적에 제자인 후파(侯芭)가 장사를 치르고 삼년상(三年喪)을 치렀다 한다. 또, 좌사(左思)의 영사시(詠史詩)에 “남쪽 이웃에는 종과 경쇠 두들기고 북쪽 마을에는 생황과 피리 불어대건만 적적한 양자의 집 문에는 높은 벼슬아치의 가마가 없어라.[南隣擊鐘磬, 北里吹笙竽. 寂寂揚子宅, 門無卿相輿.]”라고 하였다. 기자(奇字)는 한(漢)나라 왕망(王莽) 때의 육체(六體) 중 하나로서, 고문(古文)을 변형한 독특한문자이다.
- 무유[無由] ~할 도리가 없다. ~ 할 길이 없다. ∼할 방도가 없다.
- 유득[由得] 자유에 맡기다. 마음대로 하게 하다. 허가하다.
- 호사인[好事人] 호사가(好事家).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흥밋거리를 일삼아 좇는 사람.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 남의 일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 불긍[不肯] ~하려고 하지 않다. 원하지 않다. 즐기어 하지 아니함. 요구(要求) 따위를 즐기어 듣지 아니함.
- 기[豈] 어찌 ~하겠는가, 어찌 ~이란 말인가.
- 기불[豈不] 어찌 ~가 아니겠는가.
- 하상[何嘗] 언제 ~한 적 있었느냐, 결코 ~가 아니다. 반문의 어기를 이용하여 그런 적이 없는 것을 나타낸다. 근본(根本)부터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캐어 본다면. 의문문이나, 부정(否定)을 나타내는 단어와 함께 쓰여, ‘따지고 보면’의 뜻을 나타낸다.
- 현묵[顯黙] 드러내고 감추는 것. 말을 하거나 침묵을 지키는 일.
- 현묵[玄默] 도가(道家)의 청정무위(淸靜無爲)와 같은 뜻으로, 청정하여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인위적으로 어떤 일을 조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장양부(長楊賦)에 “임금은 현묵으로 정신을 삼고 담박함으로 덕을 삼는다.[人君以玄默爲神 澹泊爲德]”는 말이 나온다. 한(漢) 나라 문제(文帝)가 몸소 현묵을 닦아서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렸다 하는데, 현묵(玄黙)이란, 현묘(玄妙)한 도(道)를 묵묵히 생각하여 법령이나 군사를 너무 떠벌리지 않고 백성을 절로 교화되게 하는 것. 즉, 말하지 않아도 그 덕에 감화되어 착하게 되는 도가적 이상 정치를 뜻한다. 죽은 듯이 침묵(沈默)함. 우아(優雅)하여 마구 말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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