閒花自落好禽啼[한화자락호금제] 조용한 꽃 절로 지니 고운 새 우짖고
一徑淸陰轉碧溪[일경청음전벽계] 외길 맑은 그늘 푸른 계곡 따라 도네
坐睡行吟時得句[좌수행음시득구] 앉아 졸고 가며 읊어 가끔 시 되어도
山中無筆不須題[산중무필불수제] 산에 붓 없으니 적으려 할 것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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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산행 / 산길을 가다 / 金始振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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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진[金始振] 조선(朝鮮) 후기(後期)의 문신(文臣).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백옥(伯玉), 호는 반고(盤皐). 좌의정 김명원(金命元)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김수인(金守仁)이고, 아버지는 김남헌(金南獻)이며, 어머니는 사인(舍人) 권흔(權昕)의 딸이다. 1644년(인조 22) 정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이듬해 검열이 되었다. 1647년 지평(持平)이 된 뒤 문학(文學)·수찬(修撰)·부교리(副校理)·교리·집의(執義) 등을 거쳐, 1659년(효종 10)에 전라도관찰사가 되었다. 이때 이몽학(李夢鶴)의 당여로 오해받아 장살당한 김덕령(金德齡)의 신원(伸寃)을 건의하였다. 1662년(현종 3) 승지를 지낸 뒤 경기좌균전사(京畿左均田使)로 파견되었으며, 1666년 사은부사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한성부좌윤·수원부사·호조참판 등을 지냈다.
- 한화[閒花] 한화(閑花). 간섭받지 않는 들꽃. 그윽하고 품위가 있는 꽃. 유장경(劉長卿)의 시 별엄사원(別嚴士元)에 “가랑비 옷 적셔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그윽한 꽃 땅에 져도 아무 소리 안 들리네.[細雨濕衣看不見 閑花落地聽無聲]”라고 하였다.
- 자락[自落] 저절로 떨어짐.
- 벽계[碧溪] 물빛이 매우 푸르게 보이는 맑은 시내. 물이 맑아 푸른빛이 도는 시내.
- 불수[不須] ~할 필요가 없다. 장지화(張志和)의 시 어부가(漁父歌)에 “푸른 삿갓에 도롱이까지 갖고 있으니, 봄비가 와도 집으로 갈 필요 없네.[靑箬笠 綠蓑衣 春江細雨不須歸]”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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