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虞)나라 사람과 예(芮)나라 사람이 땅의 경계를 다투다가 문왕에게 묻고자 하여 문왕이 다스리는 경내에 들어서자, 그곳 백성들이 무엇이든 사대부에게 양보하는 풍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그 나라 성 안으로 들어서자, 그 사대부들은 다시 공경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두 나라 사람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그 백성은 사대부에게 양보하고, 그 사대부들은 공경에게 양보하니, 그렇다면 이 나라 임금 또한 모든 공을 천하에 양보하면서 자기 공이라 우쭐대지 않음이 분명하리라!”
두 나라 사람은 문왕을 만나보지 아니한 채 자신들이 다투던 바의 그 땅을 한전(閒田)으로 만들기로 하고 돌아갔다.
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크도다! 문왕의 도여! 더 이상 보탤 것이 없구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변화시키며, 아무런 작위 없이 성취시켰도다. 오직 경신공기(敬慎恭己:공경하고 근신하며 자신을 낮춤)로써 우·예가 스스로 평안을 얻었도다.”
서경에 ‘오직 문왕의 근신하고 두려워함으로 하라.’라고 하였으니,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설원 / 군도>
虞人與芮人質其成於文王, 入文王之境, 則見其人民之讓為士大夫;入其國則見其士大夫讓為公卿;二國者相謂曰:「其人民讓為士大夫, 其士大夫讓為公卿, 然則此其君亦讓以天下而不居矣.」 二國者, 未見文王之身, 而讓其所爭以為閒田而反. 孔子曰:「大哉文王之道乎! 其不可加矣! 不動而變, 無為而成, 敬慎恭己而虞芮自平.」 故書曰:「惟文王之敬忌.」 此之謂也. <說苑 / 君道 : 0110>
- 우예[虞芮] 우(虞)와 예(芮)는 두 나라 이름이다. 우(虞)는 순(舜)임금의 선대를 봉한 나라로,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평륙현(平陸縣)에 있었다. 주 무왕(周武王)이 은(殷)을 멸한 후 고공단보(古公亶父)의 아들 우중(虞仲)의 후예를 이곳에 봉하였다. 예(芮)는 주 문왕(周文王)이 세웠으며 희성(姬姓)으로,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대려현(大荔縣) 조읍성(朝邑城)에 있었다.
- 질기성[質其成] 남에게 시비(是非)를 판단하여 바르게 해결해주기를 청구함을 이른다. 질(質)은 바루다, 또는 이루다의 뜻이고, 성(成)은 옳고 그름을 판결하여 화해시킴이다. <詩經 大雅 綿>
- 한전[閒田] 주인이 없는 전지(田地)로,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묵히는 토지를 이른다. <孔子家語 好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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