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공(衛靈公)이 사추(史鰍)에게 물었다.
“정치에서 가장 힘써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사추가 대답하였다.
“법을 집행하는 일에 가장 힘써야 합니다. 재판이 공정하지 않으면 형벌로 죽은 사람은 다시 살릴 수 없고, 팔다리가 잘린 사람은 다시 이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법(司法)이 가장 힘써야 할 일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잠시 후 자로(子路)가 영공을 뵈었다. 영공이 사추가 한 말을 자로에게 들려주니, 자로가 말하였다.
“군대의 일에 가장 힘써야 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서로 대치하게 되면, 지휘자가 북채를 쥐고 진격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전투가 한 번 잘못되면 수만 명이 죽게 됩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면, 이는 바로 수많은 무리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사 문제가 가장 힘써야할 일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자공(子貢)이 들어와 영공을 뵈었다. 영공은 앞서 두 사람이 한 말을 자공에게 들려주었다. 이에 자공이 말하였다.
“두 사람 다 식견이 모자라는군요. 옛날 우(禹)임금이 유호씨(有扈氏)와 싸웠을 때 세 번이나 전쟁을 벌였지만 유호씨는 복종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우(禹)임금이 1년 동안 그들을 잘 교화시키니, 그 유호씨가 복종하겠다고 청해 왔습니다. 그러니 백성들의 송사를 없앴는데 무슨 재판이 필요하겠으며, 전쟁이 사라졌는데 무슨 북소리가 필요하겠습니까? 따라서 가장 힘써야 할 것은 바로 교화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설원說苑:정리政理>
衛靈公問於史鰍曰:「政孰為務?」 對曰:「大理為務, 聽獄不中, 死者不可生也, 斷者不可屬也, 故曰:大理為務.」 少焉, 子路見公, 公以史鰍言告之, 子路曰:「司馬為務, 兩國有難, 兩軍相當, 司馬執枹以行之, 一鬥不當, 死者數萬, 以殺人為非也, 此其為殺人亦眾矣, 故曰:司馬為務.」 少焉, 子貢入見, 公以二子言告之, 子貢曰:「不識哉! 昔禹與有扈氏戰, 三陳而不服, 禹於是修教一年而有扈氏請服, 故曰:去民之所事, 奚獄之所聽? 兵革之不陳, 奚鼓之所鳴? 故曰:教為務也.」 <說苑:政理>
- 대리[大理] 형법(刑法)을 주관하는 벼슬이다. 진대(秦代)에는 정위(廷尉)라 하였는데, 한 경제(漢景帝) 6년에 대리(大理)로 고쳤고, 무제(武帝) 때 다시 정위(廷尉)로 바꾸었다. 북제(北齊) 이후에는 대리경(大理卿)이라 하였다.
- 사마[司馬] 군정(軍政)과 군역(軍役)을 주관하는 벼슬이다. 사마는 주대(周代)에 병무(兵務)를 관장하던 관청으로, 즉 후대(後代)의 병부(兵部)에 해당하는데, 주례(周禮) 하관(夏官)에 의하면 대사마(大司馬)・소사마(小司馬)・군사마(軍司馬)・여사마(輿司馬)・행사마(行司馬)가 있다. 춘추 시대에 진(晉)나라는 삼군(三軍)을 만들고 각 군마다 별도로 사마를 두었다. 한나라에서는 궁문(宮門) 및 대장군, 장군, 교위(校尉)의 속관에 모두 사마가 있었고 변방 고을에도 별도로 천인사마(千人司馬)를 설치하였는데, 오로지 군사에 관한 일을 관장하였다. <通典 職官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