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의 군대가 일으켜 주(周)나라에게 천자(天子)의 보기(寶器)인 구정(九鼎)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주나라의 군주가 안솔(顔率)에게 걱정을 토로하였다.
안솔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청하옵건대 소신에게 동쪽 제나라로 가서 구원을 요청하도록 해주십시오.”
안솔이 제나라에 가서 제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진나라는 무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군대를 일으켜 주나라에게 구정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주나라에서는 왕과 신하가 생각한 끝에 구정을 진나라에 주느니 제나라에 주는 편이 낫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무릇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준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 또 구정을 얻는 것은 커다란 이익입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 살펴주시기 바라옵니다.”
제나라 왕은 크게 기뻐하여 군사 5만 명을 출동시켜 진신사로 하여금 주나라를 구원하고 진나라 군대를 물러가게 하였다. 그리하여 제나라가 구정을 요구할 때가 되자 주나라의 군주는 또 근심이 되었다. 이에 안솔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청하옵건대 저로 하여금 동방(제나라)에 대한 근심을 풀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안솔은 제나라로 가서 제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주나라는 대국인 제나라의 도움으로 왕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보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구정을 바치려고 합니다만, 어느 길로 제나라까지 구정을 운반할지 모르겠습니다.”
제나라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양나라를 통하여 가져올 작정이오.”
안솔이 말하였다.
“아니 되옵니다. 무릇 양나라 왕과 신하는 구정을 빼앗으려고 오래 전부터 휘태와 소해의 근처에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구정이 양나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제나라 왕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초나라의 거쳐 가져올 생각이오.”
안솔이 말하였다.
“그것도 아니 되옵니다. 초나라에서도 왕과 신하가 구정을 얻으려고 오래 전부터 궁정 안에서 모의 하고 있습니다. 만일 초나라에 구정이 들어가면 초나라에서 다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제나라 왕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과인이 어디를 거쳐서 구정을 제나라로 가져 오는 것이 좋겠습니까?”
안솔이 말하였다.
“우리로서도 은근히 대왕을 위하여 그것을 근심하고 있었습니다. 무릇 정이란 것은 초를 담는 병이나 간장을 담는 종지와 같이 간단하게 그 귀모서리를 잡아서 품속에 넣거나 손에 들고 제나라로 가져 올 물건은 아닙니다. 또 새가 모였다 날듯 토끼가 뛰뜻 말이 달리듯이 제나라까지 가져 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옛날 은나라를 쳐서 구정을 빼앗을 때도 정 하나를 9만 명이 끌고 왔습니다. 그러므로 아홉 개의 정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81만 명이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그 호위병과 인부, 거기에 기계와 옷가지 등도 그 인원에 맞추어야합니다. 대왕께서 만약 인원수는 맞출 수 있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느 길을 거쳐 운반을 하시겠습니까. 소신은 대왕께 이것이 걱정되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제나라 왕이 말하였다.
“당신이 여러 번 여기에 왔던 것은 정을 줄 생각이 없어서였군요.”
안솔이 말하였다.
“어찌 감히 대국을 속이겠습니까. 어서 빨리 정을 내어드릴 길을 알려 주십시오. 우리로서는 정을 옮기라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제나라 왕은 정을 가져오는 것을 포기하였다.
秦興師臨周而求九鼎, 周君患之, 以告顔率. 顔率曰: “大王勿憂, 臣請東借救於齊.” 顔率至齊, 謂齊王曰: “夫秦之爲無道也, 欲興兵臨周而求九鼎, 周之君臣內自盡計: 與秦, 不若歸之大國. 夫存危國, 美名也; 得九鼎, 厚寶也. 願大王圖之.” 齊王大悅, 發師五萬人, 使陳臣思將以救周, 而秦兵罷.
齊將求九鼎, 周君又患之. 顔率曰: “大王勿憂. 臣請東解之.” 顔率至齊, 謂齊王曰: “周賴大國之義, 得君臣父子相保也, 願獻九鼎. 不識大國何塗之從而致之齊?” 齊王曰: “寡人將寄徑於梁.” 顔率曰: “不可. 夫梁之君臣欲得九鼎, 謀之暉臺之下, 少海之上, 其日久矣, 鼎入梁必不出.” 齊王曰: “寡人將寄徑於楚.” 對曰: “不可. 楚之君臣欲得九鼎, 謀之於葉庭之中, 其日久矣, 若入楚, 鼎必不出.”
王曰: “寡人終何塗之從而致之齊?” 顔率曰: “弊邑固竊爲大王患之. 夫鼎者, 非效醯壺醬甀耳可懷挾提挈以至齊者, 非效鳥集烏飛・兎興馬逝, 灕然止於齊者. 昔周之伐殷, 得九鼎, 凡一鼎而九萬人輓之, 九九八十一萬人, 士卒師徒, 器械被具, 所以備者稱此. 今大王縱有其人, 何塗之從而出? 臣竊爲大王私憂之.” 齊王曰: “子之數來者, 猶無與耳.” 顔率曰: “不敢欺大國, 疾定所從出, 弊邑遷鼎以待命.” 齊王乃止. <戰國策전국책/東周策동주책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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