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 가득한 정원에서 바쁜 벌을 보면
온갖 속된 마음과 세태를 간파하게 되고
적막한 오두막에 잠든 제비를 보노라면
한 가닥 맑은 정취와 그윽한 생각이 인다.
芳菲園林看蜂忙, 覷破幾般塵情世態.
방비원림간봉망, 처파기반진정세태.
寂寞衡茅觀燕寢, 引起一種冷趣幽思.
적막형모관연침, 인기일종냉취유사.
<채근담菜根譚/건륭본乾隆本/한적閒適,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 소창유기小窓幽記, 석시현문昔時賢文>
- 방비[芳菲] 화초가 향기롭고 꽃다움. 화초가 무성함. 화초의 방향(芳香). 향기로운 꽃과 풀 또는 그 향기. 당나라 유우석(劉禹錫)의 시 춘일서회기동락백이십이양팔이서자(春日書懷寄東洛白二十二楊八二庶子)에 “들녘 풀은 붉은 비단 땅에 향기롭고, 아지랑이는 푸른 비단 하늘에 흩날리네.[野草芳菲紅錦地, 遊絲撩亂碧羅天.]”라고 하였고, 왕한(王翰)의 시 제패하(題敗荷)에서 “예쁜 꽃들 오늘 보니 남김없이 시들고, 가을 가는 소리만 나그네 옷을 스쳐가네.[芳菲今日凋零盡, 却送秋聲到客衣.]”라고 하였다.
- 원림[園林] 집터에 딸린 숲. 정원이나 공원의 숲. 자연에 약간의 인공을 가하여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삼은 것. 그 안에 정자를 짓기도 하고 나무나 꽃을 심어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
- 처파[覷破] 엿보아 알아내다. 간파(看破)하다. 깨닫다.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림.
- 간파[看破] 드러나지 않은 일이나 숨겨진 마음 따위를 눈치나 짐작으로 앎. 보아서 속을 확실히 알아냄. 사물의 진상을 확실히 알아 냄.
- 기반[幾般] 몇 가지. 몇 번. 얼마나.
- 진정[塵情] 깨끗하지 못한 속된 마음. 세속적인 생각이나 속된 마음.
- 세태[世態] 사람들의 일상생활, 풍습, 문화 따위에서 보이는 세상의 상태나 형편. 세상의 돌아가는 형편.
- 형모[衡茅] 형문과 띠로 이은 집. 가난한 사람의 집. 형문(衡門)과 모옥(茅屋)을 줄인 말로, 보잘것없는 누추한 집을 이른다. 도잠(陶潛)의 시 칠월야행강릉도중작(七月夜行江陵途中作)에 “관을 던지고 옛 터로 돌아가, 좋은 벼슬에 몸 얽매이지 않으리. 허름한 집 아래서 참됨 기르며, 스스로 이름을 잘 보존하려네.[投冠旋舊墟, 不爲好爵縈. 養眞衡茅下, 庶以善自名.]”라고 하였다.
- 형문[衡門] 두 개의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가로질러서 만든 허술한 대문(大門).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시경(詩經) 진풍(陳風) 형문(衡門)에 “형문 아래에서 쉬면서 놀 수 있고, 샘물이 졸졸 흘러 굶주림을 즐길 수 있네.[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라고 하였다.
- 연침[燕寢] 예전에, 임금이 평상시에 한가롭게 거처하는 전각을 이르던 말이다.
- 인기[引起] 주의를 끌다. 야기하다. 사건 등을 일으키다.
- 냉취[冷趣] 청랭취미(淸冷趣味). 서늘한 느낌.
- 청랭[淸冷] 맑고 서늘하다. 쓸쓸하다. 고결하여 범하기 어렵다. 적막하다.
- 유사[幽思] 그윽한 생각. 깊은 생각. 고요한 생각.
[譯文] 看破塵情, 體味寂寞.
花草盛美的田園山林觀看蜂蝶繁忙, 看破幾般塵俗人情世間情態 ; 寂寥落寞的衡門茅屋觀看燕雀寢息, 引起一種淸冷趣味幽鬱思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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