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군이 평양군에게 말하였다.
“공자 모가 진나라에 머물다 동쪽으로 돌아가려고 응후에게 고별을 하자, 응후가 말하였다.
‘공자(公子)께서 떠나시렵니까. 제게 특별히 가르침을 주실만한 것은 없으신지요.’
공자 모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본시 존귀(尊貴)는 부(富)와 서로 기약하지 않아도 부 쪽에서 찾아오고, 부는 좋은 음식을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은 음식이 찾아오고, 좋은 음식은 교만·사치와 서로 기약하지 않아도 교만과 사치가 찾아오기 마련이며, 교만과 사치는 죽음과 서로 기약하지 않아도 죽음 쪽에서 찾아오는 것입니다. 여러 세대 이전부터 이러한 처지에 처한 자들은 많았습니다.’
응후가 말하였다.
‘공자께서 가르쳐주심에 감사합니다. 깊이 새기겠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아무쪼록 그대도 잊지 않기 바란다.”
평양군이 말하였다.
“삼가 명심하겠습니다.”
<전국책/조책(3)>
平原君謂平陽君曰: “公子牟游于秦, 且東, 而辭應侯. 應侯曰: ‘公子將行矣, 獨無以敎之乎?’ 曰: ‘且微君之命命之也, 臣固且有效于君. 夫貴不與富期, 而富至; 富不與粱肉期, 而粱肉至; 粱肉不與驕奢期, 而驕奢至; 驕奢不與死亡期, 而死亡至. 累世以前, 坐此者多矣.’ 應侯曰: ‘公子之所以敎之者厚矣’. 僕得聞此, 不忘于心. 願君之亦勿忘也.” 平陽君曰: “敬諾.” <戰國策 / 趙策(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