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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움츠린 새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채근담/소창유기>


오래도록 움츠려 있던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먼저 시든다.

이러한 이치를 알게 되면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것이고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伏久者飛必高,  開先者謝獨早.
복구자비필고,  개선자사독조.
知此,  可以免蹭蹬之憂,  可以消躁急之念.
지차,  가이면층등지우,  가이소조급지념.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醒성>


  • 복구자비필고[伏久者飛必高]  오래 움츠리고 있던 새는 반드시 높이 난다. 참고로, 한비자(韓非子) 제21편 유로(喩老)에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왕위에 오른 지 3년이 되었는데도 명령도 내리지 않고 정치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사마가 왕의 곁에 있다가 ‘남쪽 동산에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이 새는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웅크리고 앉아 아무 소리도 없었습니다. 이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하니, 장왕이 ‘3년 동안 날지 않은 것은 날개를 기르기 위해서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것은 사람의 모양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날지 않지만 일단 날기만 하면 반드시 높은 창공을 날 것이며, 지금은 울지 않지만 일단 울기 시작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잠자코 있거라.’라고 하였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왕은 스스로 정치를 장악하여 폐지시킨 일이 10가지이고, 새로이 일으킨 일이 9가지이고, 대신 5명을 처형하고, 처사 6명을 새로 등용하여 국가를 훌륭하게 통치하였다. 이윽고 외부로 정벌을 하기 위하여 군대를 동원하여 제나라를 공략하여 서주를 멸망시켰다. 또 진나라와 싸워 하옹에서 승리를 거두고 송나라를 눌러 마침내 천하의 패왕이 되었다. 어쨌든 장왕은 처음에 작은 선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일을 이룩한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대기(大器)는 조숙하지 않고 만성하며, 대음(大音)은 평소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노자 제41장)’고 한 것이다.[楚莊王莅政三年, 無令發, 無政爲也. 右司馬御座而與王隱曰: ‘有鳥止南方之阜, 三年不翅, 不飛不鳴, 嘿然無聲, 此爲何名?’ 王曰: ‘三年不翅, 將以長羽翼 ; 不飛不鳴, 將以觀民則. 雖無飛, 飛必冲天 ; 雖無鳴, 鳴必驚人. 子釋之, 不穀知之矣.’ 處半年, 乃自聽政. 所廢者十, 所起者九, 誅大臣五, 擧處士六, 而邦大治. 擧兵誅齊, 敗之徐州, 勝晉於河雍, 合諸侯於宋, 遂霸天下. 莊王不爲小害善, 故有大名 ; 不蚤見示, 故有大功. 故曰: 大器晩成, 大音希聲.]”라고 하였다.
  • 개선자사독조[開先者謝獨早]  먼저 핀 꽃은 홀로 먼저 시든다. 참고로, 송(宋)나라 재상 노국공(魯國公) 범질(范質)이 조카 범고(范杲)가 품계를 올려 주기를 청하자 시를 지어 깨우쳐 주었는데, 그 시에 “활짝 핀 정원의 꽃은 일찍 피었다가 먼저 시들고, 더디게 자라는 시냇가의 소나무는 울창하여 오래도록 푸른빛을 머금는다.[灼灼園中花, 早發還先萎. 遲遲澗畔松, 鬱鬱含晩翠.]”라고 하였다. <宋史 卷249 范質列傳>
  • 층등[蹭蹬]  발을 잘못 디뎌 길을 잃음. 발을 헛디디거나 실족함. 세력을 잃고 어정거림을 이름. 권세를 잃고 어정거림. 실세(失勢). 불우(不遇). 뜻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다. 낙망하다. 비틀거리다. 불우하다. 좌절하다. 실패하다. 문선(文選)에 보이는 서진(西晉) 목화(木華)의 해부(海賦)에 고래를 표현하여 “극심한 파도에 비틀대다 뭍에서 죽어 염전 되고, 거대 비늘은 구름을 꽂고 수염은 하늘을 찌르며, 머리뼈는 바위산 되고 흐른 기름은 못이 되었다.[或乃蹭蹬窮波, 陸死鹽田. 巨鱗插雲, 鬐鬣刺天. 顱骨成嶽, 流膏為淵.]”라고 하였는데, 이선(李善) 주(注)에 “층등(蹭蹬)은 실세한 모양이다.[蹭蹬, 失勢之貌.]”라고 하였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의골행(義鶻行)에 “(뱀은) 높은 공중이라 힘을 쓰지 못하고, 풀에서와 같이 설설 길 수는 없었네.[高空得蹭蹬, 短草辭蜿蜒.]”라고 하였고, 증위좌승(贈韋左丞)에서는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하늘을 날려다 문득 날개가 꺾이고, 힘이 빠져라 헤엄칠 비늘도 없네.[靑冥却垂翅, 蹭蹬無縱鱗.]”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경산도중차운답주장관겸증소사승(徑山道中次韻答周長官兼贈蘇寺丞)에 “산 앞에서 호랑이 흔적을 발견하고, 척후하는 관리가 요란하게 징을 치네. 나의 생은 본래 험난하고 기박해서, 시루와 솥 속에 먼지만 잔뜩. 산새나 들짐승이라 할지라도, 오래 고생하는 내 처지를 알고 있을 터. 돌아오는 후리에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에게는 범을 제어할 하늘의 명이 있느니라.[山前見虎迹, 候吏鐃鼓競. 我生本艱奇, 塵土滿釜甑. 山禽與野獸, 知我久蹭蹬. 笑謂候吏還, 禦虎我有命.]”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조급[躁急]  참을성 없어 매우 급함

【譯文】 見微知著,  守正待時.
隱伏很久的鳥飛翔必然高遠  ;  開放爭先的花凋謝獨自提早  ;  知道這個道理,  可以免除困頓失意的憂慮,  可以消解躁動急切的念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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