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臣) 한비(韓非)는 원래 말하는데 주저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번만은 주저할 수밖에 없으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말이 상대의 마음에 거슬리지 않고 언어가 수식이 돼 있고 활달하면 화려하기는 하나 실속이 없다고 합니다.
- 너무나 정중하거나 또 딱딱하고 소상하면 주제에서 일탈하는 수가 많은 것입니다.
- 이야기가 다방면에 미쳐 말수가 많으면 서로가 비슷한 말이 되고 또 비유를 사용하면 내용이 공허하여 실용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 골자만을 말하고 소상한 것을 회피하여 솔직하고 간략하게 말하면 너무 거칠어 화술이 모자란다는 시비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 박력이 있게 사람을 설득하게 되면 건방지다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 미묘하고 원대하게 말하면 난잡하다는 조롱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 세밀하게 계산을 하며 사소한 점까지 논의하고 수를 맞추고 하여 마치 돈을 셈하듯 하면 야비하다고 합니다.
- 상식적이고 남의 비위를 맞추면 군주에게 아첨을 한다고 합니다.
- 이와는 반대로 탈속적이며 신기한 말을 하면 엉터리라고 합니다.
- 유창하고 민첩하게 혓바닥을 놀리면 경박하다고 합니다.
- 수식을 하지 않고 실질 그대로를 말하면 야비하다고 합니다.
- 시경이나 서경 등 고전을 인용하고 옛 성현을 본뜨면 현학적이라 합니다.
위와 같으니 그 설법이 옳을 경우에도 정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도리가 완전하여도 반드시 쓰일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왕이 만일 그러한 이유로 설득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말한 자는 남을 중상하는 악질이 될 것이며, 잘못하면 갖가지 화를 입고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자서(伍子胥)는 오(吳)나라를 위하여 모사를 했으나 오나라는 오히려 그를 죽였습니다. 공자(孔子: 仲尼중니)는 충분히 이해시킨 바 있었으나 광(匡) 사람들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관중(管仲: 管夷吾관이오)은 현명한 위인이었는데도 노나라는 그를 체포했었습니다. 이는 그 세 사람보다 세 군주가 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비자 제3편 난언 (1)>
臣非非難言也, 所以難言者 : 言順比滑澤, 洋洋纚纚然, 則見以爲華而不實 ; 敦厚恭祗, 鯁固愼完, 則見以爲拙而不倫 ; 多言繁稱, 連類比物, 則見以爲虛而無用 ; 摠微說約, 徑省而不飾, 則見以爲劌而不辯 ; 激急親近, 探知人情, 則見以爲僭而不讓 ; 閎大廣博, 妙遠不測, 則見以爲夸而無用 ; 家計小談, 以具數言, 則見以爲陋 ; 言而近世, 辭不悖逆, 則見以爲貪生而諛上 ; 言而遠俗, 詭躁人間, 則見以爲誕 ; 捷敏辯給, 繁於文釆, 則見以爲史 ; 殊釋文學, 以質性言, 則見以爲鄙 ; 時稱詩書, 道法往古, 則見以爲誦. 此臣非之所以難言而重患也. 故度量雖正, 未必聽也 ; 義理雖全, 未必用也. 大王若以此不信, 則小者以爲毁訾謗, 大者患禍災害死亡及其身. 故子胥善謀而吳戮之, 仲尼善說而匡圍之, 管夷吾實賢而魯囚之. 故此三大夫豈不賢哉? 而三君不明也. 【韓非子 第3篇 難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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