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재물이 있다면 내게는 어짊이 있고
그에게 지위가 있다면 내게는 의로움이 있으니
군자는 본디 권세로 농락하고 가둘 수 없다.
사람이 안정되면 하늘도 어쩌지 못하고
의지가 한결같으면 기질도 변하니
군자는 또한 운명의 틀로도 가두고 주무를 수 없다.
彼富我仁, 彼爵我義, 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작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롱.
人定勝天, 志一動氣, 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군상[君相] 군주(君主)와 재상(宰相). 임금과 정승(政丞). 국군국상(國君國相).
- 뇌롱[牢籠] 고뢰(皐牢)와 같으니, 포라(包羅)의 뜻이다. 포괄하다. 포함하다. 한데 묶어 놓음.
- 고뢰[皐牢] 고뢰(皐牢)는 뇌롱(牢籠)·포라(包羅)와 같은 뜻으로 농락(籠絡) 또는 용납·포용을 의미한다.
- 뇌롱[牢籠] 우리와 조롱. 새장에 가두다. 남을 마음대로 부리거나 수중에 넣어 마음대로 놀림. 사람을 교묘한 꾀로 속여 제 마음대로 놀림을 이른다. 농락(籠絡).
- 농락[籠絡] 새장과 고삐라는 뜻으로, 사람을 교묘한 꾀로 속여 제 마음대로 놀림. 사람을 교묘(巧妙)한 꾀로 휘어잡아 제 마음대로 이용하거나 다루는 것.
- 정[定]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 안정된 상태.
- 안정[安定] 바뀌거나 흔들리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함.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
- 안정[安靜]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함.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고요함.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함.
- 인정승천[人定勝天] 사람의 힘으로 하늘의 운세(運勢)를 극복해 나가는 것을 이른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66 오자서 열전(伍子胥列傳)에,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한 뒤에 그친 오자서에게 신포서(申包胥)가 사람을 보내 이르기를 “사람이 많으면 한 때 하늘도 이길 수 있지만,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사람을 깨뜨릴 수 있다.[人衆者勝天 天定亦能破人]”라고 하였다.
- 기[氣]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서 만물이 나고 자라는 힘의 근원.
- 기질[氣質] 타고난 기품과 성질. 바탕을 이루는 성질. 개인의 정서적 반응의 특징. 주로 체질적, 선천적으로 규정됨.
- 지일동기[志一動氣] 뜻이 한결같으면 기를 움직임.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뜻이 한결같으면 기를 움직이고 기가 한결같으면 뜻을 움직인다.[志壹則動氣 氣壹則動志也]”라고 하였다.
- 조물[造物] 조물주(造物主). 조물주가 만든 것. 천지간(天地間)의 만물(萬物). 만물을 창조하는 신력(神力).
- 도주[陶鑄] 도공(陶工)이 옹기를 만들고 단공(鍛工)이 금속을 녹여 부어 그릇을 만든다는 뜻으로, 인재를 양성함. 흙을 빚어서 질그릇을 만들 듯이, 무쇠를 녹여서 그릇을 만들 듯이 도야(陶冶)한다는 말이다. 도주의 도(陶)는 범토(笵土)를 이르고, 주(鑄)는 주금(鑄金)을 이른다. 다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재를 만들어내는 뜻으로 쓰인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막고야산(藐姑射山)의 신인(神人)은 먼지와 때 그리고 쭉정이와 겨 같은 것을 가지고도 장차 요순을 빚어낼[陶鑄] 수 있는 분인데, 무엇 때문에 외물을 일삼으려고 하겠는가.[是其塵垢粃糠, 將猶陶鑄堯舜者也, 孰肯以物爲事.]”라고 한 데서 나왔다. 다시 말해, 질그릇 만드는 사람이 손으로 만져서 질그릇의 형상을 만들 듯이, 무쇠 그릇 만드는 사람이 무쇠를 녹여 부어서 무쇠 그릇을 만들 듯, 그 사람을 교양하여 사람이 되게 하였다는 말이다.
【譯文】 超越天地, 不求名利. 藐視權貴, 改造命運.
他人富貴我有仁德, 他人爵祿我有正義, 有道德的人所以不會被國君國相所牢絡籠取. 人謀智慧勝過上天, 意志專一制動氣質, 有道德的人也不會接受命運造化所陶冶鑄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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