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본디 길건만
마음 바쁜 사람이 스스로 재촉하고
천지는 본디 한없이 넓건만
속 좁은 사람이 스스로 좁다 한다.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디 한가롭건만
심란히 애쓰는 사람 스스로가 번거롭다 여긴다.
歲月本長, 而忙者自促. 天地本寬, 而鄙者自隘.
세월본장, 이망자자촉. 천지본관, 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 而勞攘者自冗.
풍화설월본한, 이노양자자용.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 단촉[短促] 앞으로 다가올 시일이 촉박함. 음성(音聲)이 짧고도 급함.
- 관활[寬闊] 도량(度量)이 넓고 성질이 활달함. 면적이 크고 범위가 넓음.
- 협애[狹隘] 지세(地勢)가 몹시 좁고 험함. 소견(所見)이 너그럽지 못하고 아주 답답스러움.
- 노양[勞攘] 수고하고 분주하다. 노(勞)는 수고로움이요, 양(攘)은 쫓아다님이다. 주자어류(朱子語類) 권62 기손록(䕫孫錄)에 “만약 인심을 단독으로 말하면 모두 좋고, 도심과 상대하여 말하면 곧 번잡한 것으로서 병통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如單説人心則都是好, 對道心説著, 便是勞攘物事, 會生病痛底.]”라고 한 데서 보이고, 또 주자어류(朱子語類) 권59 맹자9(孟子九) 고자 상(告子上)에 “마음이 나가고 들어옴이 없는 사람도 한 종류의 사람이며, 나가고 들어옴이 있는 사람도 한 종류의 사람이다. 이 때문에 범순부의 딸은 마음을 알지만 맹자는 모른다고 말한 것이다. 이 딸은 속이 꽉 차서 마음이 산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음은 나가고 들어옴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나가고 들어오는 자가 많다는 것을 몰랐으니, 마치 병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無出入是一種人, 有出入是一種人. 所以云淳夫女知心而不知孟子. 此女當是完實, 不勞攘, 故云無出入, 而不知人有出入者多, 猶無病者不知人之疾痛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譯文】 世間廣狹, 皆由自造.
歲月本來長久, 而忙碌的人自我感覺短促 ; 天地本來寬闊, 而鄙俗的人自我感覺狹隘 ; 風花雪月本來閑逸, 而勞勞攘攘的人自我感覺多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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