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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바람처럼, 못에 든 달빛처럼 [過而不留 空而不着] <소창유기/채근담>


귀로 듣기를

세찬 바람이 계곡을 울려도

지나면 소리가 머물지 않듯 하면

옳고 그름이 모두 다 사라진다.

마음가짐을

밝은 달빛이 연못에 스며도

텅 비워 집착하지 않듯이 하면

사물과 나를 둘 다 잊을 수 있다.


耳根似飇谷投響,  過而不留,  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  空而不着,  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  공이불착,  즉물아양망.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素소>


  • 이근[耳根]  귀뿌리. 귓바퀴가 뺨에 맞붙은 부분. 청각 기관인 귀를 이르는 말. 오근(五根) 또는 육근(六根)의 하나. 성경(聲境)을 대하면서 이식(耳識)이 생겨나는 곳을 말한다. 오근(五根)은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을 이르고, 육근(六根)은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을 이른다.
  • 오근[五根]  외부 세상(世上)을 인식(認識)하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感覺器官). 또는 그런 다섯 가지 기능(機能). 시각(視覺)을 일으키는 안근(眼根), 청각(聽覺)을 일으키는 이근(耳根), 후각(嗅覺)을 일으키는 비근(鼻根), 미각(味覺)을 일으키는 설근(舌根), 촉각(觸覺)을 일으키는 신근(身根)을 이른다. 참고로, 양신(楊愼)의 예림벌산(藝林伐山) 비유경(譬喩經)에 “오근(五根)의 화는 독룡보다 심하다.[五根之禍, 劇於毒龍.]”라고 하였다.
  • 오근[五根]  번뇌(煩惱)를 누르고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다섯 가지 근원(根源). 곧, 신근(信根), 정진근(精進根), 염근(念根), 정근(定根), 혜근(慧根)을 이른다.
  • 육근[六根]  불교(佛敎)의 용어로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여섯 가지의 근원. 감각과 사고의 근원이 되는 여섯 가지 신체 부위. 육식(六識)을 낳는 여섯 개의 뿌리. 즉,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을 이른다. 육식(六識)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을 이른다.
  • 육경[六境]  육진경계(六塵境界)의 준말로, 심성(心性)을 더럽히는 육식(六識)의 대상. 눈[眼根]의 대상인 색[色境], 귀[耳根]의 대상인 소리[聲境], 코[鼻根]의 대상인 냄새[香境], 혀[舌根]의 대상인 맛[味境], 몸[身根]의 대상인 감촉[觸境], 의지[意根]의 대상인 법[法境]을 합하여 말하는 것이다.
  • 육경[六境]  경(境)은 인식 대상이 되는 세계를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예컨대 육경(六境)은 인식 주체인 인간의 육근(六根) 즉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에 대하여 그 인식의 대상이 되는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을 가리킨다. 육경(六境)은 육진(六塵)이라고도 한다.
  • 시비[是非]  시(是)와 비(非). 잘잘못.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 옳음과 그름.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이러니저러니 좋지 않게 트집을 잡아서 말함. 시(是)는 예전 모습 그대로라는 뜻이고, 비(非)는 달라진 모습을 말하기도 한다. 포폄(褒貶). 비난하다. 비평하다. 논평(評論)하다.
  • 심경[心境]  마음의 상태 또는 마음의 경지(境地)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가한 마음과 무위의 심경,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 일 있을 때에 일 없을 때의 심경 등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 물아[物我]  피차(彼此). 외물(外物)과 자신. 바깥의 사물(事物)과 자아(自我). 객관(客觀)과 주관(主觀). 객체와 주체. 물질계와 정신계. 대상과 자아(自我). 물(物)은 사물·대상·객관을 말하고, 아(我)는 자신·주관·마음을 말한다. 유교 사회에서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추구하는 경향이 현저했는데, 객관 사물과 자신이 어긋나지 않고 하나로 합일되는 것을 이상적인 심성수양으로 보았다. 참고로, 열자(列子) 양주(楊朱)에 “군주와 신하를 다 편안하게 하고, 남과 나를 아울러 이롭게 하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도이다.[君臣皆安, 物我兼利, 古之道也.]”라고 하였다. 또, 논어(論語) 태백(泰伯)의 주석에서 “안자의 마음은 오직 의리가 무궁한 것만 알았고 물아에 간격이 있는 것은 보지 않았다.[顔子之心, 惟知義理之無窮, 不見物我之有間.]”라고 하였다.
  • 물아양망[物我兩忘]  일체의 사물과 나를 모두 잊음. 세상일에 구애받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 양망[兩忘]  두 가지를 다 잊음.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위에 서로 남게 되어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는데 이는 물이 마르기 전의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 성군 당요(唐堯)는 찬양하고 폭군 하걸(夏桀)은 비난하는 것 또한 둘 다 잊어버리고 도와 함께 변화하는 것만은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박박주(薄薄酒)에 “생전엔 부귀 누리고 사후엔 문장 남긴다 하나, 백 년이 순식간이요 만세가 하 바삐 지나가네. 백이·숙제와 도척의 이름이 모두 덧없는 것이거니, 가장 좋은 건 지금 당장에 한번 취하여, 시비와 우락을 모두 다 잊는 거로세.[生前富貴死後文章, 百年瞬息萬世忙. 夷齊盜跖俱亡羊, 不如眼前一醉, 是非憂樂都兩忘.]”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風跡月影,  過而不留.
耳朵好似飆風吹過山谷投遞聲響,  只是經過毫不羈留,  這樣是是非非全都謝除  ;  心境猶如月亮映入水池浸染月色,  只是空虛並不著實,  這樣外物自我兩者忘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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