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외물을 부리는 사람은
얻었다하여 기뻐하지 않고
잃었다하여도 근심하지 않으니
대지가 다 그가 노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물이 자신을 부리게 하는 사람은
역경에는 증오가 생기고
순경에서는 애착이 생기나니
터럭 하나에도 바로 얽매이기 때문이다.
以我轉物者, 得固不喜, 失亦不憂, 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 득고불희, 실역불우,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 逆固生憎, 順亦生愛, 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 역고생증, 순역생애, 일모편생전박.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외물[外物] 신외지물(身外之物). 몸 밖의 것. 외계(外界)의 사물.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 자아(自我)에 속하지 않고 객관적 세계에 존재하는 물건. 본래의 순수함을 어지럽히는 외부의 잡물. 즉 명예(名譽), 이익(利益), 재물, 관직, 명성 같은 것들을 가리킨다. 참고로, 심약(沈約)의 술승중식론(述僧中食論)에 “마음이 미혹되는 데는 바깥 것에 흔들리게 되어 그런 것인데, 흔들어대는 것 중에 크게 세 가지가 있으니, 첫 번째가 명예와 재물과 자리를 구하는 것이요, 두 번째가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요, 세 번째가 맛 좋은 산해진미를 먹고자 하는 것이다.[心神所以昏惑, 由於外物擾之. 擾之大者其事有三 : 一則勢利榮名, 二則妖姸靡曼, 三則甘旨肥濃.]”라고 하였고, 고적(高適)의 시 동군공숙개선사증진십육소거(同群公宿開善寺贈陳十六所居)에 “공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 바깥의 욕망을 잊고, 계와 율을 잘 지켜 그릇된 것들을 물리치네.[談空忘外物, 持誡破諸邪.]”라고 하였다.
- 전물[轉物] 외물을 부림. 외물을 다스림. 외물을 움직임. 역물(役物). 순자(荀子) 수신(修身) 편(篇)에 “군자는 외물(外物)을 부리고, 소인은 외물에 부림을 받는다.[君子役物, 小人役於物]”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군자는 마음이 평탄하여 너그럽고, 소인은 불만스러워 길이 근심만 한다.[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라고 하였는데, 정이(程頤)가 풀이하기를 “군자는 천리를 따르기 때문에 항상 심신이 펴지고 태연하며, 소인은 외물에 부림을 받기 때문에 걱정과 근심이 많다.[君子循理, 故常舒泰, 小人役於物, 故多憂戚.]”고 하였다.
- 진속[盡屬] ~에 모두 속하다. 모두 ~에 속하다. ~에 다 속하다.
- 소요[逍遙]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찬찬히 걷는 것. 자득자재(自得自在) 스스로 만족해하고 편안해하는 것.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 어디에 매인 데가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한가롭고 여유롭게 천천히 거니는 것. 외물(外物)의 영향을 초탈하여 자기의 천성을 보존하는 것. 자득(自得), 즉 마음으로 만족을 느끼며 유유자적 노닐 듯 살아가는 것을 가리키는 장자(莊子)의 철학적 개념이다. 소요유(逍遙遊)는 장자(莊子) 첫 편의 이름인데, 그 주지(主旨)가 세상의 준칙에 얽매이지 않고 물외(物外)와 무위(無爲)에 멋대로 거닒에 있다. 참고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혜자(惠子)가 장자와 논변하며 자기 집에 있는 큰 가죽나무가 재목(材木)으로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하자, 장자가 “지금 자네에게 큰 나무가 있는데 쓸모가 없음을 걱정하고 있으니, 어찌 그것을 무하유지향의 광막한 들판에 심어 놓고 하릴없이 그 곁을 서성이거나 그 밑에 누워서 소요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는가.[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於無何有之鄕廣莫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라고 한 내용이 나온다.
- 역경[逆境] 일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 불행한 경우나 환경.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불행한 경우나 환경. 불운한 처지. 힘들고 어려운 경계. 순경(順境)에 상대되는 말.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과 지봉집(芝峯集) 채신잡록(采薪雜錄)에 “고인이 이르기를 ‘역경은 사람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단련을 정교하게 할수록 성색이 더욱 우수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역경이란 하늘이 사람을 옥(玉) 같은 인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순(虞舜)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효자가 되었고 주공(周公)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충신이 되었으니, 하물며 그보다 못한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사람이 역경을 역경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 잘 될 것이다.[古人曰. 逆境, 所以鍛鍊乎人也. 鍛鍊愈積, 成色愈足. 余謂逆境者, 天之所以玉人于成也. 虞舜遇之爲大孝, 周公遇之爲大忠, 況下焉者乎, 人能無以逆境爲逆則善矣.]”라고 하였다. 고인(古人)이 누구인지와 출전은 알 수 없다. 성색(成色)은 금속으로 된 화폐나 기물에 함유된 금속의 순도(純度)를 의미한다.
- 순경[順境] 모든 일이 순조(順調)로운 환경(環境). 모든 것이 자기에게 맞는 좋은 경계. 뜻한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어 가는 경우(境遇). 마음먹은 일이 뜻대로 되어가는 순조로운 환경. 모든 일이 뜻대로 잘되어 가는 경우나 형편. 순조로운 처지. 안정된 환경.
- 편생[便生] ~이 문득 생기다. ~이 곧 생기다.
- 전박[纏縛] 속박하다. 동여매다. 얽어 맴. 발에 휘감겨 거치적거림. 중생을 번뇌의 세계에 묶어 두는 것. 자식과 아내를 비롯한 집안 식구로 인한 근심. 번뇌(煩惱)가 중생(衆生)의 몸과 마음을 얽어 묶어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불교에서 번뇌(煩惱)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譯文】 以我轉物, 逍遙自在.
以我轉動事物的人, 得到了固然不必高興, 失去了也不至於憂愁, 天地到處都可逍遙自在 ; 以事物奴役我的人, 境逆時固然產生憎恨, 順境時也會產生喜愛, 一根毛發便會產生困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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