棲棲失群鳥[서서실군조] 무리를 잃고 떠도는 새는
日暮猶獨飛[일모유독비] 날이 저물어도 홀로 날고 있네
徘徊無定止[배회무정지] 머물 곳 정하지 못해 배회하며
夜夜聲轉悲[야야성전비] 밤마다 우는 소리 점점 슬퍼져
厲響思淸遠[여향사청원] 괴로운 울림 맑고 먼 곳 그리나
去來何所依[거래하소의] 오락가락 의지할 데도 없구나
因値孤生松[인치고생송] 그러다 외로이 선 소나무 만나
斂翮遙來歸[염핵요래귀] 멀리 날아 돌아온 날개 접으니
勁風無榮木[경풍무영목] 센 바람에 무성한 나무 없는데
此蔭獨不衰[차음독불쇠] 이 그늘만은 쇠락하지 않았구나
託身已得所[탁신이득소] 몸을 의탁할 곳 이제 얻었으니
千載不相違[천재불상위] 천년토록 서로 떠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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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二十首[其四]음주20수4 / 떠돌이 새 / 陶淵明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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幷序병서 : 나는 한가롭게 살아 기뻐할 일이 적은데다 근래에는 밤마저 길어지는 차에, 우연찮게 좋은 술을 얻게 되어 저녁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잔을 비우고 홀연히 취하곤 하는데, 취한 후에는 언제나 시 몇 구를 적어 스스로 즐겼다. 붓으로 종이에 적은 것이 꽤 되어, 말에 조리도 두서도 없지만 애오라지 친구에게 쓰게 하여 이로써 즐거운 웃음거리로 삼고자 한다.[余閒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飮酒二十首 幷序>
- 서서[棲棲] 棲棲(서서)는 栖栖(서서)와 같다. 바쁘게 쫓아다니는 모양.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 조급하고 바쁜 모양. 쓸쓸하고 영락한 모습.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모양, 안달하는 모양. 겨를이 없어 불안한 모양을 가리킨다. 시경(詩經) 6월(六月)에 “유월에 경황없이, 융거를 이미 경계하네.[六月棲棲 戎車旣飭]”라고 하였다. 또, 논어(論語) 헌문(憲問)편에 “미생묘가 공자에게 말하기를 ‘구(丘)는 어찌하여 이리도 연연해하는가. 말재주를 구사하려는 것이 아닌가?’라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내 감히 말재주를 부리려는 것이 아니요, 고집불통을 미워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微生畝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者歟 無乃爲佞乎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는 구절이 있다. 栖栖(서서)를 주자(朱子)는 의의(依依)로 해석하여 세상을 잊지 못하는 뜻으로 풀이하였으나, 일반적으로 황황(遑遑)과 같은 뜻으로 보아 정처 없이 사방을 떠돌아다님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 배회[徘徊] 목적 없이 어떤 곳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님. 거닐다. 왔다 갔다 하다. 망설이다. 주저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 여향[厲響] 높은 소리. 센 소리.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 청원[淸遠] 고요하고 먼 곳. 맑고 멀다. 맑고 깊다.
- 소의[所依] 의거(依據)하는 곳. 의지할 바 대상을 소의라 하고, 의지하는 주체를 능의(能依)라 한다.
- 염핵[歛翮] 날갯죽지를 거두다.
- 경풍[勁風] 세게 부는 바람. 센 바람.
- 쇠락[衰落] 기운이나 힘 등이 줄어들어 약해짐. 시들다. 조락하다. 말라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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