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오막살이 짓고 마을에 살아도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거마의 시끄러움 없이 산다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묻노니, 어찌 그리 살 수 있나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 멀리 두면 절로 벽지라네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니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산 빛은 저물녘에 더욱이 좋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날던 새 무리지어 돌아오누나
此中有眞意[차간유진의] 이 가운데 참다운 의미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이러저러 말하려다 말을 잊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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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二十首[其五]음주20수5 / 세사에 마음 머니 / 陶淵明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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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진보(古文眞寶)에는 이 시의 제목이 ‘잡시(雜詩)’로 되어 있으나, 도연명집(陶淵明集)에는 ‘음주(飮酒)’로 되어 있다.
幷序병서 : 나는 한가롭게 살아 기뻐할 일이 적은데다 근래에는 밤마저 길어지는 차에, 우연찮게 좋은 술을 얻게 되어 저녁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잔을 비우고 홀연히 취하곤 하는데, 취한 후에는 언제나 시 몇 구를 적어 스스로 즐겼다. 붓으로 종이에 적은 것이 꽤 되어, 말에 조리도 두서도 없지만 애오라지 친구에게 쓰게 하여 이로써 즐거운 웃음거리로 삼고자 한다.[余閒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飮酒二十首 幷序>
- 려[廬] 농막. 오두막집.
- 인경[人境] 사람이 살고 있는 고장. 사람들이 사는 곳. 사람의 발자취가 있는 곳.
- 거마[車馬] 수레와 말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심원[心遠] 세속의 명리에 연연하지 않음. 소원하다. 뜻이 원대하다. 쌀쌀하다.
- 편벽[偏僻] 도회지(都會地)에서 멀리 떨어짐. 중심에서 떨어져 구석으로 치우침.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침. 외지다. 궁벽하다. 구석지다.
- 벽지[僻地] 외따로 뚝 떨어져 있는 궁벽한 땅.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을 이른다. 벽경(僻境).
- 유연[悠然] 여유롭고 편안한 모양. 유유(悠悠)하여 태연(泰然)함. 침착하고 여유가 있음. 유연하다. 유유하다.
- 산기[山氣] 씩씩하고 깨끗한 산의 기운(氣運). 산속 특유의 찬 공기나 산에 끼는 아지랑이. 산속 특유의 맑고 서늘한 기운.
- 일석[日夕] 해지는 저녁.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 의미[意味] 말이나 글의 뜻.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정조. 정취. 흥취. 흥미. 기분. 재미. 맛.
- 의취[意趣] 의지(意志)와 취향(趣向)을 아울러 이르는 말. 지취(志趣).
- 분별[分別] 느끼고 헤아려서 현상을 식별함. 대상을 사유하고 식별하는 마음의 작용. 심(心), 심소(心所)가 대경(對境)에 대하여 작용을 일으켜 그 상(相)을 취해서 생각하는 것. 구별하여 판단함. 서로 구별을 지어 가르는 것.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 세상물정(世上物情)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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