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틀리면 빠른 만큼 어긋난다 [至楚北行지초북행]<전국책 : 위책>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위(魏)나라의 신하 계량(季梁)이 사신 가던 길에 이 말을 전해 듣고 돌아와 구겨진 옷도 펴지 않고, 머리의 먼지도 털지 않은 채 곧장 위왕(魏王)을 알현하여 말하였다.

“지금 신이 오는 길에 태항산(太行山)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북쪽을 향하여 마차를 몰면서 신에게 말하기를 ‘초나라로 가려고 합니다.’라고 하기에, 신이 ‘그대는 초나라로 간다면서 어째서 북쪽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오?’라고 말하니, 그 사람은 ‘내 말은 좋은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신이 ‘말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길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여비도 넉넉히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비가 아무리 충분하다 해도 그 길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 마부가 말을 잘 몹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좋다고 말한 몇 가지 조건들은 좋으면 좋을수록 더욱더 초나라에서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군대를 움직여 패왕(霸王)의 업을 이루고, 천하 제후의 신임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강대한 국가와 정예한 군대를 믿고, 한단을 공격하여 땅을 넓히고 명성을 얻으려 하는 행동은 거듭되면 될수록 패왕이 되는 일에서 더욱 더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마치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말을 모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국책 : 위책(4)>


魏王欲攻邯鄲, 季梁聞之, 中道而反, 衣焦不申, 頭塵不去, 往見王曰: “今者臣來, 見人於大行, 方北面而持其駕, 告臣曰: ‘我欲之楚.’ 臣曰: ‘君之楚, 將奚爲北面?’ 曰: ‘吾馬良.’ 臣曰: ‘馬雖良, 此非楚之路也.’ 曰: ‘吾用多.’ 臣曰: ‘用雖多, 此非楚之路也.’ 曰: ‘吾御者善.’ 此數者愈善, 而離楚愈遠耳. 今王動欲成霸王, 擧欲信於天下. 恃王國之大, 兵之精銳, 而攻邯鄲, 以廣地尊名, 王之動愈數, 而離王愈遠耳. 猶至楚而北行也.”  <戰國策 : 魏策(四)>


  • 태항산(太行山] 중국 하남성(河南省), 산서성(山西省), 하북성(河北省)에 걸쳐있는 태항산맥(太行山脈)을 말한다. 험준하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곳에 있는 구절판(九折坂)은 험준함의 극치라고 한다.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태항로(太行路)에 “태항산 산길이 험하여 수레를 부순다고 하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평탄한 길이고, 무협의 강물이 거칠어 배를 뒤엎는다고 하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잔잔한 물이라오.[太行之路能摧車 若比君心是坦途 巫峽之水能覆舟 若比君心是安流]”라고 하였다. 또, 삼국 시대 조조(曹操)의 시 고한행(苦寒行)에 “북쪽으로 태항산을 오르니, 길도 험하여라 어쩌면 이리 높은가. 구절양장 구불구불한 길에, 수레바퀴가 부서지누나.[北上太行山, 艱哉何巍巍? 羊腸阪詰屈, 車輪爲之摧.]”라는 구절이 보인다.
  • 패왕[霸王] 패자(覇者)와 왕자(王者), 또는 패도(覇道)와 왕도(王道). 중국(中國) 춘추(春秋) 전국(春秋戰國) 시대(時代)에 제후(諸侯)를 거느리어 천하(天下)를 다스리던 사람. 오패(五霸)가 대표적(代表的)이다.
  • 패자[覇者]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제후의 우두머리. 패주(覇主)・패왕(覇王)이라고도 한다. 패권주의적 국제관계에서 그 패권을 쥔 자를 말한다. 보통 패자라 하면 중국의 춘추시대에 동주 왕조 하의 제후들 중에서 패권을 잡은 이를 일컬으며, 이들을 춘추오패(春秋五覇)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덕(德)으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자를 왕자(王者)라고 했으며, 이와 대비되어 본인의 힘(力)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군주는 패주(覇主)라고 했다. 패자로 추대되기 위해서는 군사력이나 영토, 전공(戰功)만으로는 부족하며 왕실을 공경하고 도덕과 예악 질서를 솔선해서 수호하는 밝은 덕업(德業)과 공명(功名)을 만방에 드날림으로써 천하 모든 제후들로 하여금 그를 인정하고 마음으로부터의 외복(畏服)하도록 해야 하였다. 춘추오패(春秋五覇)란 실제 국력 면에서나 대의명분 면에서나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켜 당시의 국제회의(會盟)를 통해 한 시대의 지배자임을 공표 받은 춘추 시대의 다섯 강자를 지칭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제(齊)나라의 환공(桓公), 진(晉)나라의 문공(文公), 초(楚)나라의 장왕(莊王), 오(吳)나라의 부차(夫差), 월(越)나라의 구천(勾踐) 등 5국 군주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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