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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있던 자리


꺼먹바위라 하고 깨구리바위라고도 했다.

산모퉁이 길가에 엎뎌 있어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

장에 갔다 오는 장꾼

다리를 쉬게 하고

마실갔다 늦은 누나

집을 염탐하던

그 바위가 이제는 없다.

서낭나무도 잘려나가고

솔펀데기 세월들도 잘려나가고

산자락도 잘려 나가고

논밭은 때깔 없이 사각 쳐지고

폭포 진 농수로에 버들치 쫓겨나고

두어도 될 것도 다 밀어내고

자리 차고앉은 건 허전한 편리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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