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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의 고래는 개미밥 [海大漁해대어] <전국책 : 제책>


정곽군(靖郭君)이 제(齊)나라를 떠나기 위해 설(薛)에 성을 쌓으려고 하자, 식객(食客)들 중에서 성 쌓는 것을 단념시키려 간(諫)하는 자가 많았다. 그래서 정곽군은 알자(謁者)에게 명하여 식객들을 들이지 말도록 하였다.

그런데 식객 중에 제나라 출신으로 “바라옵건대 신에게 세 마디만 말하게 하여 주십시오. 한 마디라도 더 말하면 삶아 죽여도 좋습니다.”라고 청하는 자가 있어서 정곽군이 만나 보았다.

식객은 앞으로 성큼성큼 나와 “해(海), 대(大), 어(魚).”라고 세 마디만 하고 도망치듯 물러나려 하였다.

정곽군이 말하였다.

“객은 거기 있으시오. 응당 더 할 말이 있을 것이요.”

식객이 말하였다.

“신은 감히 죽음을 장난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정곽군이 말하였다.

“죽이지 않을 테니 더 말하여 보시오.”

식객이 말하였다.

“주군께서는 대어(大魚)의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없으십니까. 그물로도 멈출 수 없고, 갈고리로도 끌어당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멋대로 놀다가 물을 잃고 땅 위에 올려지면 땅강아지나 개미의 뜻대로 되고 맙니다. 지금 제(齊)나라는 주군에게 있어서 물과 같습니다. 주군께서 제나라의 그늘에 계시고자 한다면, 설에 성을 쌓아 무얼 하시겠습니까. 또한, 제나라를 잃는다면 설에 쌓은 성이 하늘에 닿을 듯 높아도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곽군이 말하였다.

“옳으신 말씀이오.”

그리고는 설 땅에 성 쌓을 계획을 철회하였다.

<전국책 : 제책>


靖郭君將城薛, 客多以諫. 靖郭君謂謁者, 旡爲客通. 齊人有請者曰: “臣請三言而已矣! 益一言, 臣請烹.” 靖郭君因見之. 客趨而進曰: “海大魚.” 因反走. 君曰: “客有於此.” 客曰: “鄙臣不敢以死爲戲.” 君曰: “亡, 更言之.” 對曰: “君不聞大魚乎? 網不能止, 鉤不能牽, 蕩而失水, 則螻蟻得意焉. 今夫齊亦君之水也. 君長有齊陰, 奚以薛爲? 失[夫]齊, 雖隆薛之城到於天, 猶之無益也.” 君曰: “善.” 乃輟城薛. <戰國策 : 齊策>


  • 정곽군[靖郭君]  전국 시대 제(齊)나라 재상인 전영(田嬰)의 시호(諡號)이다. 처음에 팽성(彭城)에 봉해졌다가 나중에 설(薛)로 옮겼다. 스스로 성곽(城郭)과 종묘(宗廟)를 경영하면서 호강(豪强)한 세력들과 결탁했다. 설공(薛公)이라 불렸고, 정곽군(靖郭君)이라 불려졌다.
  • 식객[食客]  예전에 세력(勢力) 있는 대가(大家)의 집에 얹혀서 문객(門客) 노릇을 하던 사람.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 얹혀서 밥만 얻어먹고 지내는 사람.
  • 알자[謁者]  빈객(賓客)을 군주(君主)에게 인도(引導)하던 사람. 춘추전국시대 군주의 측근에서 명을 전달하던 근시(近侍). 춘추전국 시대에 처음으로 이 관직을 설치하였을 때에는 군주를 위하여 말을 전달하는 일을 관장하였다. 군주의 명으로 사자(使者)로 나가기도 하였다. 진한(秦漢) 시대에는 낭중령(郞中令)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광록훈(光禄勋)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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