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빗줄기에 생각이 난다.
형제들 모여 술 취하던 밤
가슴속에 묻었던 듯, 네 째 형의 얘기
갓 제대한 동생 서울로 불러 올려 편한 막일자리라 동생을 주고 형은 다른 일자리 찾아 나서고 그 동생 저물어 돌아올 시간 소낙비 쏟아져 마중 나갔다 찻길 위에 쫓기는 산짐승처럼 빗속에 뛰어오는 동생 모습을 횡단보도 건너에서 바라보다가 빗물에 찡하니 코끝이 매워 가로수 뒤로 돌아서지더라는
내게는 기억도 가물한 날의
동생으론 알 수 없는 형의 마음
등 붙일 데 없던 서울살이
이제는 내 식구도 생겼건만
형은 고향 산골에 홀로 있고
더부살이하던 그 시절은
돌아보아 아련히 그리운 기억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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