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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어떤 날은


살다가 어떤 날은

다 귀찮을 때가 있지

실컷 얻어맞고 싶고

몽창 까부수고 싶고

온통 나른함과 굼시럼으로

미칠, 그런 날이 있지

꼼짝하기도 싫고

벽을 들이박고 싶고

살다가 어떤 날은

삶도 싫을 때가 있지

내 몸이 젖은 신문지 같고

내 몸이 뒹구는 깡통도 같은

그런 날은 툴툴 던져버리고

진흙탕에 뒹구는 멧돼지처럼

고목에 이빨 가는 멧돼지처럼

어느 깊은 산 속에 처박혔으면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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