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鈞無私力[대균무사력] 자연의 조화는 사사로움이 없어
萬理自森著[만리자삼저] 만물이 절로 번성하여 드러나네
人爲三才中[인위삼재중] 사람이 삼재 중 하나가 된 것이
豈不以我故[기불이아고] 나로 인한 것이 어찌 아니랴
與君雖異物[여군수이물] 그대들과 비록 다른 부류지만
生而相依附[생이상의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의지했고
結托善惡同[결탁선악동] 결탁하여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안득불상어] 어찌 더불어 말하지 않겠는가
三皇大聖人[삼황대성인] 삼황은 위대한 성인이었지만
今復在何處[금부재하처] 지금에는 그 어디에 있으며
彭祖愛永年[팽조애영년] 팽조는 장생을 누렸다하지만
欲留不得住[욕류부득주] 머물려 하여도 머물 수 없었네
老少同一死[노소동일사] 늙건 젊건 한 번 죽긴 마찬가지
賢愚無復數[현우무부수] 어질고 어리석음 따지지 않네
日醉或能忘[일취혹능망] 매일 취하면 잊을 수도 있겠지만
將非促齡具[장비촉령구] 명을 재촉하는 짓 어찌 아니며
立善常所欣[입선상소흔] 선행이야 늘 즐겨할 일이지만
誰當爲汝譽[수당위여예] 누가 있어 그대를 기려주겠는가
甚念傷吾生[심념상오생] 지나친 염려는 삶을 해치나니
正宜委運去[정의위운거] 운에 맡겨 살아감이 마땅하리라
縱浪大化中[종랑대화중] 조화의 물결에 되는대로 두어
不喜亦不懼[불희역불구] 기뻐도 두려워도 하지 말게나
應盡便須盡[응진편수진] 응당 끝낼 곳에서 끝내버리고
無復獨多慮[무부독다려] 더는 홀로 지나치게 걱정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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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形影神三首[형영신3수3] 神釋신석 / 정신이 몸과 그림자의 근심을 풀어주다 / 陶淵明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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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形影神三首형영신3수 幷序병서 : 몸과 그림자와 정신 3수 서문】귀하건 천하건 어질건 어리석건 아득바득 삶에 집착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것은 심히 미혹된 것이다. 그래서 몸과 그림자의 괴로움을 극진히 진술하고, 정신이 자연의 이치를 변석하여 말하는 것으로써 그것을 풀고자 하였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군자들은 모두 그런 의도를 받아들이기 바란다.[貴賤賢愚, 莫不營營以惜生, 斯甚惑焉;故極陳形影之苦, 言神辨自然以釋之. 好事君子, 共取其心焉.]
-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송(宋: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송(宋)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潛)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字)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양(梁)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 애석[愛惜] 아끼고 사랑함. 아깝고 서운함. 사랑하고 아까움. 매우 사랑하여 섭섭하고 아깝게 여김. 소중하게 여기다. 애호하다.
- 영영[營營] 불안해하는 모양. 왕래가 끊이지 않는 모양. 쉬지 않고 일하는 모양. 명예, 세력, 이익 따위를 얻기 위해 몹시 바쁘게 지내거나 아득바득하는 모양.
- 변석[辨析] 옳고 그름을 가려 사물의 이치를 분명하게 밝힘. 판별하고 분석하다. 분석 식별하다.
- 호사[好事] 참견하기를 좋아하다.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기 좋아하다. 좋은 일. 일을 벌이기를 좋아함.
- 호사자[好事者]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 남의 일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 호사가[好事家]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흥밋거리를 일삼아 좇는 사람.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
- 호사군자[好事君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 끼어들기 좋아하는 사람. 일벌이기 좋아하는 사람. 시비걸기 좋아하는 사람. 양상군자(梁上君子)와 유사한 표현으로 보인다.@
- 대균[大鈞] 자연(自然). 조화(造化). 균(鈞)은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녹로(轆轤: 돌림판)를 가리킨다. 도자기를 만들 때 돌리는 큰 물레라는 뜻이니, 그릇을 만들 때에 크고 작음이 이에서 말미암는다. 하늘(대자연)이 원기(元氣)를 조화시켜 만물을 생성하는 것과 같으므로 대균(大鈞)이라 하고 홍균(洪鈞)이라 하였다. 가의(賈誼)의 붕조부(鵬鳥賦)에 “구름이 많으면 비가 내리듯 이것저것을 어지러이 뒤섞어 만물을 내는 하늘은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그 끝이 없다.[雲蒸雨降兮, 糾錯相紛. 大鈞播物兮, 坱圠無垠.]”라고 하였다.
- 만리[萬理] 만사만물(萬事萬物).
- 삼저[森著] 번성(繁盛). 무성하게 드러남. 삼은(森) 수많으면서 엄연한 모양. 저(著)는 드러나다.
- 삼재[三才] 삼재는 세 가지 기본이라는 뜻으로, 천(天), 지(地), 인(人)을 말한다. 주역(周易) 설괘전(說卦傳)에 “옛날에 성인이 역을 지은 뜻은 장차 성명의 이치를 순히 하기 위해서였으니, 그러므로 하늘의 도를 세운 것은 음과 양이요, 땅의 도를 세운 것은 유와 강이요, 사람의 도를 세운 것은 인과 의이니, 삼재를 겸하여 둘로 하였기 때문에 역이 여섯 번 그어서 괘를 이루고, 음으로 나누고 양으로 나누며, 유와 강을 갈음하여 쓰기 때문에 역이 여섯 자리로 문장을 이룬 것이다.[昔者聖人之作易也 將以順性命之理 是以 立天之道曰陰與陽 立地之道曰柔與剛 立人之道曰仁與義 兼三才而兩之 故易六畫而成卦 分陰分陽 迭用柔剛 故易六位而成章]”라고 하였다.
- 의부[依附] 부착하다. 달라붙다. 빌붙다. 의탁하다. 종속되다. 의지하여 따르다. 의뢰하다.
- 결탁[結托] 친교를 맺고 의탁하다.
- 결탁[結託] 마음을 결합하여 서로 의탁함. 서로 배가 맞아 한통속이 됨. 주로 나쁜 일을 꾸미려고 서로 짜고 한통속이 됨.
- 삼황[三皇] 중국(中國) 상고시대(上古時代) 신화 속의 성군(聖君)들인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황제헌원씨(黃帝軒轅氏)를 이른다. 복희씨(伏羲氏)는 천하를 다스릴 적에 용마(龍馬)가 황하(黃河)에서 나오자 그 무늬를 본떠서 주역(周易)의 팔괘(八卦)를 그렸다고 하며, 신농씨(神農氏)는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고 온갖 약초(藥草)를 맛보아 의약(醫藥)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하며, 헌원씨(軒轅氏)는 신하인 창힐(蒼頡)을 시켜 처음 글자를 만들었으며 창과 방패, 배와 수레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문명(文明)을 가르쳤다고 한다.
- 팽조[彭祖] 본명은 전갱(籛鏗)으로 요(堯)임금 때 팽성(彭城)에 봉해진 뒤 하(夏)·은(殷)·주(周) 3대(三代)에 걸쳐 8백 년을 살았다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장수하는 사람의 대명사로 쓰인다. 사기(史記) 초세가(楚世家)에는 오제(五帝) 중 한 명인 전욱(顓頊)의 손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유향(劉向)의 열선전(列仙傳)에 팽조(彭祖)의 행적과 장수비결이 기록되어 있다.
- 팽조[彭祖] 성은 전(籛), 이름은 갱(鏗)이다. 전욱(顓頊)의 현손(玄孫) 육종씨(陸終氏)의 셋째 아들인데, 팽성(彭城)에 봉해졌기 때문에 팽조(彭祖)라고 한다. 요(堯) 임금 이래로 은(殷: 상商)나라 때까지 7백 세를 살았다는 전설적 장수자(長壽者)이다. 최선(崔譔)은 “요(堯)의 신하로 은대(殷代)에 벼슬하였는데 그 사람의 수명(壽命)은 7백 년이다.[堯臣 仕殷世 其人甫壽七百年]”라고 하였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천하에는 털끝보다 더 큰 것이 없을 수 있는 반면에 태산이 작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요절한 아이보다 더 장수한 이가 없을 수 있는 반면에 800세를 산 팽조를 요절했다고 할 수도 있다.[天下莫大於秋毫之末 而大山爲小 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라고 하였고, 이에 대해 왕희지(王羲之)는 난정기(蘭亭記)에서 “죽음과 삶을 하나로 보는 것은 허탄한 말이고, 팽조와 요절한 아이를 똑같이 보는 것은 망녕되이 지어낸 말이다.[一死生爲虛誕 齊彭殤爲妄作]”라고 하였다.
- 영년[永年] 오랜 세월. 장수(長壽). 일년 내내.
- 장[將] 발어사로 ‘어찌’의 뜻이 있음.
- 촉령구[促齡具] 나이를 단축시키는 도구. 즉, 술을 가리킴.
- 대화[大化] 대자연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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